<사설>상승기세 타는 PC수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PC수출이 큰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잠정치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전자 등 주요 PC회사들의 올 3분기 수출실적을 보면 지난 2분기에 비해 1.5∼2배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이같은 호황세가 4분기까지 이어져 올 수출이 지난해 3조1600억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사상 최대규모인 7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PC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북미 중심의 수출지역이 일본과 EU 등으로 다변화됐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기업마다 생산과 유통의 글로벌화가 꾀해졌고 적극적인 현지시장 공략을 위한 AS체계의 확충도 주요인이라고 한다. 물론 계절적 성수기와 반도체 등 부품가격의 하락도 수출 반등세에 큰 몫을 했을 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PC는 지난 80년대 이후 수출 효자품목 가운데 하나였고 현지시장에서도 여러종의 베스트셀러제품을 배출하기도 했다. 예컨대 80년대 중후반 대우통신의 「모델D」는 한때 미국에서 판매순위 5위권까지 진입했고 「현대 포니」 자동차의 신화를 업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현대전자의 「현대PC」는 북미지역에서 한국산PC 돌풍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PC수출은 그러나 90년대들어서면서 관련기업들이 시설투자나 신기술개발 등에 소흘히 함으로써 침체국면을 초래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핵심부품과 외국기업에 지불하는 각종 설계 특허료, 그리고 국내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 등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3분기 수출 증가세는 침체를 거듭하던 우리 PC업계가 시설투자와 글로벌형 시장전략수립 등을 통해 수출효자로서 거듭날 수 있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증가세가 인터넷PC 수요폭발 등 내수시장 확대를 발판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안팎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번 3분기 PC수출 증가는 단기적 성과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증가세가 최근의 국제시장 동향, 즉 반도체 가격하락 등 핵심부품의 원활한 수급현상과 연말을 앞둔 계절적 성수기라는 호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수출주력품이 자체 브랜드보다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반의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 PC산업의 미래를 밝게 볼 수만은 없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수출품 대부분을 게이트웨이나 컴팩과 같은 유명브랜드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일본 등 주요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품 대부분이 1000달러 내외의 저가품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PC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산업의 하나다. 앞서 지적했듯이 80년대의 호황이 단기간에 그친 것은 기업들이 기술변화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했거나 중장기적 투자에 소흘했기 때문이다. 80년대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과 기업 모두 다양한 신기술 및 시장공략 방안 등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한치의 소흘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