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국 13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전자상거래관리사 1차 검정시험에는 10만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전문사무분야 기술관련 자격시험으로는 처음 실시된 것을 감안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라는 게 주관기관인 상공회의소측의 설명이다. 상공회의소 김송백 팀장은 『EC 전문인력에 대한 사회 수요가 높아 유망한 취업업종으로 대학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밖에 숨겨진 중요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유인요소는 바로 병역특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
얼마전 EC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특례취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 주관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의 설익은 구상일 뿐 현재로선 수험생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정작 병역법의 관할기관인 병무청은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서둘러 정책발표를 해놓고도 병역법·국가기술자격법 등 관련 법개정을 위한 협의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병무청 산업지원과 관계자는 『지난번 발표된 전자상거래관리사 병역특례방침은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산자부의 홍보성 정책발표에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례취업을 겨냥해 이번 시험에 응시한 이들의 기대감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 제·개정작업을 전제로 진행되는 중요 정책의 경우 관련부처간 사전협의와 의견조율이 필수적』이라며 『전자상거래관리사에 대한 병역특례발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EC분야 전문인력 확보라는 정책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제·개정을 둘러싼 부처간 협의문화 실종의 현주소다. 특히 인력양성방안과 관련해서는 주무부처의 앞선 의욕이 정책을 「생색용」 「홍보용」으로 전락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8월말 발표된 골드카드제나 대학·대학원 등에 EC 관련 학과 설치방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골드카드제 =EC 분야 해외 전문인력 확보차원에서 산자부가 발표한 골드카드제는 사실상 지금도 가능한 제도다. 지난 8월말 발표된 골드카드제의 골자는 △체류상한기간 연장 및 발급절차 간소화 △국적 구분없는 복수사증 발급 △근무처 변경 등 자유로운 국내 활동보장. 이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상으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조처라는 게 주무부처의 설명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비단 정보기술(IT)만 아니라 분야별 해외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이미 가능한 조치들이며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만한 산업환경』이라면서 『다소 홍보에 치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핵심조항의 하나로 발표된 「무비자 입국의 경우 취업비자로 자격변경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산자부 발표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일단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검토는 진행중이지만 무비자 입국의 경우 상당부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의무를 명확히 하는 등 지금과 마찬가지로 상당부분 제한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골드카드」라는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에 다름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학정원조정지침 =대학과 대학원 등에 전자상거래 관련 학과를 신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발표도 실은 법·제도·정책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 입지나 국립대의 경우 다소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미 대학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정보화기획관실 관계자는 『지난 4월 전자상거래 관련 학과 신설을 권고하긴 했지만 현행 대학·대학원 정원조정지침으로도 충분히 수용가능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상거래는 IT와 경제·경영·사회·문화적 요소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분야인데 기본교과목 위주로 편성된 학과에서 소화해야 할지는 의문』이라며 『대학교육의 기본원칙을 고려할 때 산자부나 정통부의 구상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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