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뒤로 가는 정부정책

문화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도서 할인판매 처벌」 조항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도서 할인판매 처벌 조항은 최근 문화부가 입안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에 포함된 항목으로 도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할인판매를 실시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할인판매를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왔던 인터넷 서점업계에 이번 조치는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격이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온라인 서점업체들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도 문화부 입법내용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문화부 도서 정가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11월 비슷한 법안을 입안해 네티즌의 강력한 반발로 물러선 적이 있다. 그 당시 법안과의 차이라면 과태료가 2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진 점 뿐이다. 문화부가 비록 오프라인서점을 보호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필연적으로 유통 프로세스의 단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모든 재화의 생산에서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비용을 줄여 새로운 유통질서를 창출하기 때문에 「유통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물론 소비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통체제를 고수해 왔던 오프라인업체와의 대립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자세다.

정부도 이미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경제 패러다임의 큰 흐름이자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선언적인 발언이고 실제 각론 차원에서도 인터넷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변함없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과 1년전에 사라진 법안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이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인터넷 서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대립관계로 보고 있는 구태의연한 정책 입안자의 마인드가 문제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정착돼 오프라인업체가 온라인화됐을 때 과연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예스24 이강인 사장의 항변이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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