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코리아 사장 손영석 = NS코리아 사장 이재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내셔널세미컨덕터(NS), 거센 디지털바람 앞에 잊혀져간 아날로그 분야에서 물고 물리는 경쟁관계다.
숙적관계인 두 회사가 첨예하게 맞선 분야가 아날로그 IC.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가 추정한 99년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8.8% 성장한 262억달러다.
더구나 데이터컨버터와 증폭기를 요하는 차세대 휴대전화, 디지털가입자회선(DSL)모뎀, 인터넷 오디오 플레이어,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 등의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아날로그 시장은 올해 20∼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시장이다.
이 부문에서 여전히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가 TI다. 톰 엔지버스가 이끌고 있는 TI는 아날로그IC와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분야에서 선두를 달린다. 톰 엔지버스는 76년 TI에 엔지니어로 입사, CEO에 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위치한 TI는 전체 고용인원 4만명에, 전세계 30여곳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TI는 지난해 전체 매출 94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54억9600만달러를 달성해 지난해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전체매출의 85%를 반도체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공학용 계산기를 만드는 교육 생산성 솔루션 부문과 자동차 제어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부는 10% 내외다. 순익에 있어서도 올 상반기에만 10억달러를 달성, 지난해에 비해 51%의 증가를 나타냈다.
NS도 TI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아날로그 및 믹스트(Mixed) 시그널 IC 분야의 전문 업체인 NS도 브라이언 할라 CEO가 취임한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텔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자리잡은 NS는 1만명의 임직원에 반도체 공장(Fab) 3개와 조립 설비 2개 등 총 5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NS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2000년 회계연도에서 지난해 총매출 20억달러 대비 8%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순이익도 6억2000만달러로 40%에 가까운 이익률을 달성했다. 주요 품목으로는 CRT 드라이버, PLL(Phase Locked Loop), 온도 센서 등의 아날로그IC와 지오드(Geode) 프로세서로 대변되는 정보기기(IA)용 제품이 있다.
두 회사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IC 분야의 매출성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NS의 경우 아날로그 IC분야의 매출 비중이 99년 회계연도 59%에서 2000년 회계연도 70%로 늘어나는 성과를 기록했다.
『아날로그IC 제품이 오히려 이익률이 좋다』고 손영석 TI코리아사장은 귀띔한다.
두 회사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분야를 살리기 위해 M&A를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
전통적인 아날로그IC에 이어 새로운 프로세서인 DSP에 주력한 이력답게 TI는 99년 이후 9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사업 진출 분야를 명확히 했다.
전력공급 관련 유니트로드를 12억달러에, 데이터컨버터 관련 버브라운을 1억4500만달러에, 최근 CDMA분야 닷와이어리스를 4억75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기존 아날로그 분야는 강화하고 신규사업으로는 통신분야를 아우르는 행보를 취했다. 앞으로 DSP와 함께 통신용 반도체 시장 제품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NS도 TI와 마찬가지다. 99년 이후 무선통신부문의 알고렉스와 평판디스플레이 구동IC 전문기업인 비비드(Vivid)를 인수, 아날로그IC 분야를 한층 강화했다. 향후 시스템온칩(SoC)과 소형 패키징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NS는 연간 연구개발 투자비로 전체 매출의 25%에 이르는 5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지오드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NS가 신규사업으로 집중하는 대표적 분야다. 성능은 높고 가격은 경쟁적인 임베디드 프로세서 분야를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는 한국시장에서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시장에서도 TI의 공세가 우세하다.
TI코리아는 지난해 47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5500억∼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매출 신장은 LCD 구동IC, 인터넷 기기의 각종 아날로그 제품군(약 70%)과 DSP 등의 무선 이동통신용 제품군(30%)을 통해 가능했다. TI코리아는 진천에 자동차용 모터 제어부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생산에 종사하는 인원만 200여명으로 TI코리아의 마케팅·영업 인력을 합치면 국내에만 300명이 있다. 웬만한 대기업에 못지 않는 업체로 성장했다. TI코리아에서 담당하는 주요 거래업체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등이고 반도체 대리점 5개를 포함한 일반 소매업체 5개가 이외의 영업을 추진한다.
아날로그IC의 지속적인 매출규모, 신규 사업의 가파른 성장에 대해 TI코리아는 『전문화 전략이 TI의 성장비결』이라고 전한다.
TI코리아는 본사 제품 포트폴리오의 전문화를 바탕으로 전직원의 업무·마케팅 전문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77년 TI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TI코리아는 D램 메모리 반도체의 수입·판매에 주력했으나 90년대 초 삼성과 현대 등 한국 업체들의 대대적인 D램 공세가 시작되면서 당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D램을 과감히 포기하고 DSP, LCD 구동IC 등 다양한 시스템IC에 승부수를 던졌다. 10년 후의 결과는 만족스러운 것으로 TI코리아는 자체 평가한다. 다국적 기업으로서 TI는 지역화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TI코리아는 80년에 반도체 응용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DSP를 이용한 제품 개발, 교육, 기술지원을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27개 대학에서 TI의 DSP장비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연세대 등에 각각 1억원 상당의 DSP 개발장비를 공급하는 등 산학협력관계를 긴밀히 하고 있다.
TI코리아는 또 벤처 및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98년부터 「DSP 디자인 하우스」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여 TI코리아의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 매출액의 4∼10% 정도를 해당 중소기업에 별도의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NS도 TI에 뒤졌지만 국내시장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NS코리아는 현재 25명의 마케팅·영업 전문인력이 연간 1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NS코리아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맡고 석영전자, 애로우일렉트로닉스가 전문 유통대리점으로 이외의 영업을 담당한다.
NS코리아는 본사의 방침에 따라 지오드 프로세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또 국내 삼보컴퓨터(삼보)나 클릭TV 등에 세트톱박스용으로 지오드를 공급중이며 웹패드용으로 삼성전자에 제품 공급을 추진중이다.
NS코리아는 또 고객의 제품 사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파워포털」사이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전원공급장치 설계를 위한 종합적인 웹환경이며 브라우저 기반의 고유한 시뮬레이션 툴(tool)을 특징으로 한다.
아날로그시장에서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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