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 대한 이솝우화가 있다. 어느 날 목동은 양치는 일에 싫증이 나자 늑대가 나타나 양떼를 덮친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목동의 말을 믿고 달려가지만 정작 늑대는 없고 목동이 비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목동은 재미있어 이런 일을 반복하다가 당한다는 내용이다. 진짜로 늑대가 나타나 목동이 외쳤으나 마을 사람들은 또 속은 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 결국 목동은 양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요즈음 일고 있는 반도체공급 과잉논쟁을 보면 우리는 늑대가 나타나기도 전에 이를 자주 외치다 손해를 본 목동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반도체공급 과잉논쟁이 현물시장의 반도체가격 하락과 유가급등, 포드의 대우차 인수 등 외부 악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96년의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수출구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르고 있어 정부와 주식시장이 반도체시장동향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미국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 판단에서 비롯된 반도체 공급과잉의 목소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 정작 우리 자신만 양떼를 잃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반도체의 공급과잉 논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96년 반도체 공급과잉이 시작되면서 95년 422억달러였던 D램시장이 98년 158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때 살아남기 바쁜 반도체업체들은 설비투자를 하지 못한 결과, 반사이익을 챙겼다. 인터넷 및 디지털시장으로 바람을 타고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시장논리에 따라 반도체업체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자, 이제는 반도체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비투자가 완료되는 2003년쯤 가면 반도체시장이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상황을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설투자를 감행, 심각한 공급과잉을 가져온 지난 95년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도 2003년에 가면 반도체 공급과잉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95년 상황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다시 자신들의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다. 2003년에 가서 공급과잉이 되더라도 세계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시장은 우리 반도체업체들을 믿기보다는 미국 월가에 너무 경사돼 있다. 미국 반도체업체들의 지수인 필라델피아지수와 동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일치한 날은 8월 이후 전체 영업일의 4분 3정도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13일 38만8000원에서 9월 18일 19만8500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20만원대로 올라섰다. 무려 2개월 사이에 50% 가량이 떨어졌다. 우리 반도체업체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고 있다. 반도체 공급과잉 논쟁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반도체 공급과잉 논쟁으로 인한 위기에서 외국인이 매도했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따져보면 외국인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8월 25일 56.5%를 정점으로 9월 20일 현재 54.8%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50%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공급과잉 논쟁에서 우리만 손해를 보았다. 기업의 내실가치를 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피상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이제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사실보다 과대포장해 반도체 공급과잉 논쟁을 증폭시키기보다는 반도체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더 이상 사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 16조4000억원에 경상이익만 해도 3조1829억원을 올렸다. 경상이익은 12월 결산상장사 전체 순이익의 30.6%를 차지할 정도다.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국민기업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비중은 16%대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만원만 내리면 종합주가지수가 5포인트 하락할 정도로 증시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주식을 내다팔면 국내 주식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따라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삼성전자를 삼성가의 개인소유물로 보고 방관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을 외국인들의 손에 맡겨 놓고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같은 공적자금을 예산으로 전용하기보다는 안정성 있고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주식을 장기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민간단체들이 나서 국민 1인당 삼성전자 1주 갖기운동 등을 전개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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