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이 벤처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금경색과 코스닥 장기불황으로 돈줄이 말라버린 벤처기업들을 되살릴 수 있는 묘약이 바로 M&A라는 인식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벤처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의 투자 회수전략(exit strategy) 중 80% 이상이 M&A라는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제시하며 M&A활성화의 필요성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이미 필드에선 M&A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이미 공개된 기업은 물론 비상장·미등록 기업까지도 M&A로 주인이 바뀌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기업사냥꾼」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M&A전문가들이 이제는 고기가 물을 만난듯 물밑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M&A시장의 먹이가 되기를 자처하는 한계기업도 적지 않다.
정부도 최근 코스닥 및 벤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M&A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종전보다 50% 감면하기로 하는 등 뒤늦게 M&A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산자부는 특히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중심으로 M&A 전문펀드를 만들어 민간부문의 M&A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벤처 M&A시장 분위기를 보면 우리나라가 M&A에 대한 접근방식과 인식이 크게 잘못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부터 M&A에 대한 개념정립이 안돼 있는 느낌이다. 부도 및 화의상태이거나 자본잠식이 심해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의 재생을 위해 마련한 구조조정자금을 M&A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문제가 있다.
M&A는 단순히 자금난에 봉착한 한계기업이 주가 아니란 점에서 구조조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우량기업이 제2의 도약을 위해 M&A의 주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M&A의 본질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던 한국계 벤처기업인 유리시스템과 마이사이먼이 각각 루스튼테크놀로지와 C넷에 회사를 통째로 넘긴 것은 결코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벤처기업가들도 문제다. 맨손으로 창업해 외부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자금줄이 마르자 어쩔 수 없이 M&A를 추진하는 식의 생각으로는 위험하다. M&A는 도피처가 아니라 한단계 더 도약을 위한 전략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미국만 해도 벤처기업들이 아예 시작부터 M&A를 목표로 창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즈니스의 한계에 봉착한 기업이 긴급자금을 수혈, 수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M&A를 잘못 이해해선 안된다.
<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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