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이후 수출증가에 힘입어 90년 초반까지 한국 전자조립 산업에 미치는 카오디오의 영향력은 실로 지대한 것이었다. 대표적 재벌 3사의 전자 계열사는 물론 한주·동해·지원·인켈·우진 등 중견기업들도 너 나할 것 없이 카오디오산업에 진출, 70여개 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어 수출 효자 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다.
당시 한국 내에서 생산량이 수요에 못미쳐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는 물론 프랑스·영국까지 직접 진출해 한국 카오디오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지난 90년 무려 27.1%에 달했다.
그러나 88년을 정점으로 카오디오의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91년 한국산 카오디오에 대한 1차 유럽의 반덤핑 판정이 확정되면서 급속하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필립스 등 유럽의 대표적인 카오디오 회사들이 주축이 되어 제소한 이 사건으로 70여개의 한국카오디오업체는 최고 38.3%의 덤핑마진율이 확정되었고 그 결과로 대다수의 업체가 부도를 맞게 되었다.
그 많았던 한국업체가 지금은 손꼽을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 데는 제살깎기식의 과다경쟁, 미진한 기술개발, 유럽기업들의 반덤핑제소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에는 자동차계열의 업체, 미국수출 주력업체 등만이 살아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한국의 혼란한 틈을 이용해 기술적 열세에 있던 중국, 홍콩의 업자들이 부도난 업체의 인력을 한 팀으로 하여 마구잡이로 스카우트 해갔으며 이로 인해 불과 일년도 채 안되어 중국산 카오디오가 한국산 카오디오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갔다. 더 이상 한국산이 중국산의 경쟁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정리해보면 첫째 거래선의 한계성, 둘째 제품의 한계성, 셋째 범 국가적 CA산업에의 인식부족, 넷째 소재 산업의 취약성 등을 들 수 있다. 주요한 거래선이 한국을 방문하면 대기업, 중소 기업할 것 없이 줄줄이 상담에 임했고 그러다 보니 가격은 항상 바닥이고 적자를 봐도 티가 덜 나는 업체들이 수주를 주로 해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잃고 대기업들도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카오디오 산업은 대기업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필자는 주요 소재의 개발과 자체 브랜드개발을 주장한 기억이 난다.
일본의 카오디오 산업을 보면 살아남은 기업은 모두 대기업이고 자동차 사업과 동반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사후판매 시장에서도 확고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 일례로 「후지쯔-10」을 들 수 있다. 도요타가 출자해 만든 이 회사는 안정적 사업기반을 도요타 순정납품으로 닦은 후 「이클립스(Eclipse)」라는 자체 브랜드모델을 만들어 제품, 유통의 철저한 차별화로 대단한 성공을 이룩했다.
세계자동차 생산 5위국인 한국의 카오디오는 어떤가.
유럽으로 나가는 대부분의 한국산 자동차에는 카오디오가 장착되지 않은 채 수출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카오디오가 일본·유럽에서 경쟁이 되지 못한다. PAL형AV 시스템, 현재 상용화중인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수신기능 등 유럽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요청하는 기능조차 포함돼 있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향후 대형, 고급차의 수출이 필연적인데 그에 상응하는 카오디오를 과연 우리 업체들이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못하면 유럽, 일본의 것을 장착해야만 할 것이고 한국의 카오디오는 겨우 내수용에만 장착돼 판매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그 이후의 결과는 보지않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시장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여 기초 소재의 확보, 자체 브랜드 개발, 글로벌 마케팅력 배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카오디오업계가 선진국의 속국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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