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정보통신부 홈페이지가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10시간 동안 불통됐던 사건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그동안 우려됐던 사이버테러의 한 유형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정 네티즌 단체가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련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에 대한 서비스 거부 공격형태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단체는 정통부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대량의 가상 접속을 시도함으로써 때마침 이곳에서 정부 주최로 열리던 「제2회 주부인터넷참피온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해당 행사가 이벤트성 행사였으니 망정이지 이같은 사건이 특정사안에 대한 전자투표나 시급한 민원정보서비스 등에 관련돼 일어났다면 그 사회적 파장은 엄청났을 것이다.
정부기관의 홈페이지 테러사건을 보는 여론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착잡하다」는 표현에 가까울 듯싶다. 사이버테러에 대해 정부기관이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나 수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한 21세기 최고문명이라 일컬어진 인터넷이 오히려 가장 파괴력있는 테러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한몫 했을 것이다. 국민들은 한마디로 이번 사건을 통해 특정단체나 개인 등 소수가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다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두눈을 뜨고 체험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울한 상황이더라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면 이번 테러사건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사이버테러 관련 주무부처인 정통부가, 그것도 가상 적에 대한 대테러 대응훈련을 수행중이던 을지훈련 기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최근 실시된 대응훈련과정에서 각 기관들이 「극히 취약」이란 판정을 받아놓고도 이번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사이버테러에 무방비했거나 최소한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한편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네티즌 단체 진보네트워크측도 그 뜻이 아무리 순수하다 할지라도 이번 행동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들은 정부가 인터넷상의 성폭력과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중인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 자율표시제」 도입이 사실상의 인터넷 검열이라며 법개정 자체를 반대해 왔으며, 이번 행동은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한 여론 형성과정 없이 곧장 사이버테러의 형태로 표출된 것은 스스로 논리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같은 행동은 오히려 인터넷 확산의 제한과 위축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두고 형법상의 업무방해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아니면 사후약방문격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사이버테러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그리고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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