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486)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26>

술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나는 뜨거운 욕조 속에 몸을 넣었다. 물에 들어가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을 떠나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그 순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을 떠난다는 것은 사업이라든지 가정을 떠난다는 것을 뜻했다. 실제 나는 한동안 사업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나 유학을 하고 싶었다.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구상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뿐 그렇게 되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 줄이어 생기고 그것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좀체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의 사업도 이제는 초기단계처럼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연구를 하거나 경영을 총괄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번에 하려는 코스닥 상장까지는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이제 공개주식으로 바꿔 기업을 공기업으로 성장시킬 때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하는 코스닥 상장은 그동안 내가 이끌어왔던 기업체를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일이 된다. 낯설기만 한 스위스 보덴 호수에서 보드카와 포도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만취가 되는 일도 어쩌면 비즈니스의 일환인지 모른다. 내일 아침에는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경비행기를 타고 융프라우 지역으로 가서 스키를 탄다. 저녁에는 호수로 돌아와서 밤낚시를 할 것이다.

뜨거운 욕조에서 한동안 공상에 잠기다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렸다. 나는 다시 욕조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내 옷을 벗겨주고 나갔던 나타리야가 얇은 가운을 걸치고 들어왔던 것이다. 실크로 보이는 하얀 가운은 워낙 얇아서 속살이 비쳤다. 그녀의 불룩한 젖가슴이며 젖꼭지가 선명하게 비쳤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사타구니가 비쳤다. 속살이 보이는 선정적인 잠옷도 있구나 하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아내와 결혼생활을 한 지도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아내는 잠옷을 유난히 좋아해서 자주 바꾸었지만 렇게 속살이 비치는 것은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술에 취하긴 취했는가 보다.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그런 잠옷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물어서 아내에게 한 벌 선물하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타리야, 여긴 들어오면 안됩니다.』

나는 겁 먹은 목소리로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여자는 생긋 웃고는 그 가운을 벗고 내가 있는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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