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요? 도중에 급한 회사일이 생기는 바람에 휴양지 근처 PC방을 찾아서 몇 시간씩 일하다보니 휴가 보내는 느낌도 안나더라구요.』
『피서길에 회사에서 업무연락이 자주 와서 나중에는 가족들 눈치보느라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지냈죠.』
고생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산으로, 바다로, 가족들 데리고 가 인파에 시달리다 돌아 오는 피서문화는 해마다 똑같다. 하지만 전자업계 관계자들과 휴가보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휴양지에서도 회사일을 했다는 샐러리맨의 「무용담」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휴가는 업무에 찌들린 샐러리맨들이 한순간이나마 완벽한 해방감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회사측도 휴가기간 만큼은 부하직원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직장생활의 불문율도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다.
무선통신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피서지로 향하는 행락차량 속에서도 시장보고서를 전송하고 영상회의에 참여하는 수준까지 발달했다. 어떤 한적한 산골, 해변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직장일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렇다보니 휴가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게 됐다.
제조·유통업 쪽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정보통신분야 특히 벤처업계 종사자들은 피서지에서도 회사업무를 수시로 확인하는 휴가분위기를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기술발전이 곧 삶의 질과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출신의 한 엔지니어는 일과 휴식을 구별하지 못해 휴가형태를 이상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휴가길에도 회사업무를 달고 다니는 한국 친구들을 안쓰러워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높은 근무효율을 위해서는 적어도 휴가기간 만큼은 직장업무로부터 확실히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보통신의 발달추세로 미루어 볼 때 내년 휴가철에는 영상통신 휴대폰을 붙잡고 직장상사와 회의를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 여름휴가도 그럭저럭 다 끝나가고 있다. 남은 여름휴가라도 제대로 쉬었으면 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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