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깡통PC 마케팅 유감

「펜티엄Ⅲ 733㎒ CPU사양의 PC가 97만원」

국내 중견 PC업체인 모 회사가 저가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이 제품은 펜티엄Ⅲ 733㎒ CPU에 64MB메모리, 2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 48배속 CD롬드라이브, 그래픽메모리 32MB 사양을 갖춰 다른 회사 동급제품에 비해 비교적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얼핏 들으면 매우 싼 것 같지만 속내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허술하다. 바로 운용체계(OS)가 없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윈도98을 포함시킬 경우 107만원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싼 것 같지는 않다.

요즘 PC경기가 위축된 시중에는 이처럼 OS없는 깡통PC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한때 중견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깡통PC는 불법복제를 우려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단속 강화로 한동안 줄어드는 듯 했지만 요즘 다시 등장하고 있다.

깡통PC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깡통PC를 그대로 구입해갈 경우 OS를 불법복제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소비자가 값싸게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OS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깡통PC는 OS의 불법복제를 유도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중소 업체일수록 이같은 비신사적 마케팅이 심한 편이다. 신문광고나 전단지에 일부 모델에 대해 OS를 명기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부가세 및 모니터 포함여부 등도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기 일쑤다. 모르는 사람은 멋모르고 구입 신청을 했다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상인과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조립PC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OS는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중견 제조업체보다 차라리 낫다. 고의적으로 OS를 제외한 제품을 내놓고 「헐값」임을 강조하는 제조업체에 비하면 오히려 양심적이기까지 하다.

깡통을 판매하든 컴퓨터를 판매하든 해당 업체의 사업전략이겠지만 「초저가」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OS를 훔쳐쓰도록 유도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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