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박주용 국제부장 jypark@etnews.co.kr

인터넷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유통이다. 이 분야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지금 오프라인 유통체계는 고난의 시대라기보다는 상당분야에서 존재 자체의 가치를 잃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변화의 원인 제공은 분명히 인터넷이다. 그러나 변화를 급격히 몰고 오는 것은 마우스로 상품을 구매하는데 재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을 이용하는 영업방식 도입이나 소비자들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한 변신이 요구된다.

유통의 변화는 국내의 경우 아직 작은 바람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다란 바람으로 성장해 몰아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음반업체와 냅스터간의 분쟁이다. 기존 유통망을 가지고 있던 음반업체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게 하는 냅스터라는 존재는 최대의 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적 소송을 불사했고 미 연방법원에서 냅스터의 서비스 중단이라는 성과를 거둬내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는 잠깐에 불과했다. 미 항소법원이 연방법원의 서비스 중지명령을 하루만에 유보시켜버린 것이다. 냅스터가 가진 힘은 무료라는 서비스 내용이 아니었다. 이 회사를 이용하는 네티즌, 즉 소비자들이었다. 이들의 온라인을 통한 아우성에 미국 법정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음반업체들의 변화다. 그들 역시 이번 싸움이 쉽게 이기기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인지한 모양이다. 최근 이들은 자신들의 음반을 인터넷상에서 유료로 내려 받을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판매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역공으로 보기에는 다소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음반업체들의 이같은 결정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전면에 서서 그동안 음반을 팔아 그들을 살지게 해온 오프라인 유통점들에는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다. 이미 이들에게는 컴퓨터나 MP3만이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CD RW나 기록이 가능한 DVD, 150곡을 내려 받아 저장해 들을 수 있는 MD플레이어가 등장하는 등 갈수록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유통을 옥죄는 것은 음악이나 영상처럼 부피가 없는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통신 기기는 물론 가전제품, 가전제품, 식품, 의류, 의약품, 서적 등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상품 유통들이 예외일 수 없다.

물론 기존 유통체계를 보호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제품 출하 루트를 통제하거나 차별화 하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도 아직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서 얻어지는 매출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높아지거나 어느 순간 경쟁사들의 온라인 판매진출이 시작되면 소니 등 음반업체들처럼 기존 유통망에 대한 배려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온라인 유통망에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지적했듯이 온라인쪽으로 전환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다. 제조업체에서 곧바로 소비자들에게 연결되는 단순화된 유통단계가 주는 저가격이라는 이점 외에도 온라인을 통한 구매의 편의성에 익숙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이라고 해서 온라인 유통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AS 등 기존 유통의 장점을 온라인 유통과 접목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변화와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컴퓨터를 켜고 앉아 온라인 상거래의 생리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도 해야 한다.

인터넷시대는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유통도 온라인 유통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경쟁자라는 생각보다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안에 끌어들이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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