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처캐피털 달라진 위상

지난 1일 오후 7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중식당. 이날 전경련 회관에는 한국 벤처업계의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김영호 산자부 장관, 한준호 중기청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이금룡 인터넷기업협회장, 강정훈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홍성범 기술거래소 사장 등을 비롯해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 안재홍 한국IT벤처투자 사장, 김동재 코리아인터넷홀딩스(KIH) 사장 등 벤처캐피털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김성현 넥스텔 사장, 성기출 양재정보통신 사장 등 벤처업체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는 김 장관이 벤처위기론과 관련해 벤처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서 만들어졌다. 당일 연락을 받고 나온 인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산자부가 주재하는 자리인 만큼 자신들의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김 장관이 아닌 KTB네트워크의 권성문 사장이었다. 간담회 중간중간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지원보다는 권 사장에게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산자부나 중기청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식의 발언이 주류를 이뤘다.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반증하는 자리였다. 일부 벤처기업들의 경우 노골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권 사장은 약간의 미소를 띠며 느긋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벤처업계에 진출한 지 1년이 갓 넘은 벤처캐피털 사장이 우리나라의 벤처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 장관보다 벤처기업들에는 더 필요한 존재로 부각된 것이다.

조금 비약한다면 현재의 벤처기업들에 권 사장은 구세주(?) 같은 존재로 비춰지고 있는 듯했다.

현재 벤처캐피털 중에 벤처기업에 투자를 실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 중 단연 KTB네트워크는 돋보이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밤 10시가 넘어 끝난 자리.

공직자들은 김 장관이 자리를 뜨자 장관을 수행하기 바빴지만 벤처기업 사장들은 권 사장을 둘러싸고 얼굴도장 찍기에 바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역시 돈이 최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디지털경제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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