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수 인컴아이엔씨 사장 mslim@incom.co.kr
21세기가 인터넷 세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 세상을 이끌어가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요즈음 IT기업들에 쏟아지는 사회적 평가 및 대중적인 관심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90년대 초반 IT분야에 뛰어들어 급격한 환경변화를 몸소 체험한 주역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7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지나 90년대 말∼2000년대 디지털 인터넷 혁명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정보사회로 진입했고 전자정부 시대가 도래했으며 수많은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등장과 괄목할 만한 성장은 실로 눈이 부실 정도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서비스 그리고 새로운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들의 활약은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고, 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를 벤처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했다. 코스닥 시장이 이끄는 경제적 부가가치와 일련의 활동에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과정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까지 국운을 걸고 정보통신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터넷 벤처의 사업모델이 정말로 현실성 있는 것인지 평가해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제까지 과열됐던 벤처 분위기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몰리고 있고, 인터넷 거품론이 빠지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인터넷 혁명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결코 아니라 진화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벤처붐 이후에 벤처 경쟁의 시대는 필연적이다. 시장의 분할이 이뤄지면서 벤처간 시장지배력 경쟁이 심화된 것이며, 확실한 수익구조를 가지지 못한 자격미달의 벤처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력 하나만 믿고 혹은 별다른 기술력 없이 수익실현도 모호한 벤처기업들은 뼈저린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겨진 IT벤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섯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우선 첫째로 튼튼한 기본 기술력을 갖출 것을 권한다. 물론 그 기술이 새로이 떠오르는 신기술일수록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지당한 사실이다.
둘째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는 최초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고객유인·보상책을 마련하고 개인의 감성을 중시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며 왕성한 영업활동을 펼쳐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들이 기술력 또는 사업 아이디어 하나만 내세워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벤처들은 얼마가지 않아 마케팅 및 영업력 빈곤으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서 무너지거나 덩치 큰 기업에 흡수되고 만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뛰어난 마케팅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빌 게이츠 역시 천재적인 개발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마케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항상 새로운 응용 사업분야를 창출해 나가야 하는 동시에 아낌없는 전략적 제휴를 감행할 것을 권한다.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적어도 사업가임을 자부하려면 항상 정보동향에 귀를 기울이고 정확한 분석 및 예측을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먼저 잡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치게 된다. 더불어 폐쇄적인 사업가가 되지 말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다방면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자신의 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강화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 경영의 내실화를 기하고 사업이 성공할수록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거품은 오래가지 않는다. 진정한 사업의 성공은 순이익의 실현에 있음을 명심하고 항상 실리적인 경영을 해야하며 사업이 성공을 거듭할수록 겸손하게 처신하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이익환원도 고려해야 한다. 성공한 연극에는 항상 주연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주위에 소리없이 도와주며 지켜본 조연들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전환점이다. 벤처기업들은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벤처에 대한 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디지털 인터넷 혁명은 급류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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