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무원 정보화교육

요즘 일선 공무원들은 두꺼운 문제집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다음중 행정분야 컴퓨터를 이용해 전산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은.」

①납세 ② 토지기록 ③ 경찰 행정 ④ 물류 유통

「교육전산망과 관련이 없는 것은.」

①원거리 접속기능 ② 전자우편 기능 ③ 원거리 회의 기능 ④사무자동화 기능

최근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들 대부분이 국가 정보화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면서 가장 피곤해진 것이 일선 공무원들이다. 아무리 봐도 정확한 답이 없을 것 같은 문제를 암기해 「정보화 자격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승진이나 부서 배치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공무원들 대부분이 「정보화 자격제도 예상 문제집」이라는 책을 들고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물류 유통과 사무자동화는 행정분야 컴퓨터나 교육전산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이해해야 하고 「윈도95가 윈도3.1보다 뛰어난 기능이 아닌 점」도 정확히 골라 낼 수 있도록 외워야 한다.

물론 수천개에 달하는 모든 필기 예상문제가 이런 식도 아니고 공무원의 실제 컴퓨터 사용능력을 테스트하는 실기시험도 치러진다. 또한 공무원에 대한 정보화 교육이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 구현」에 필수요건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나 조직내의 모든 개혁 작업이 그렇듯 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개혁 주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짜증나는 정보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즐겁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 공무원의 정보화 교육을 꼭 이런 재미없는 방식으로 추진해야만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컴퓨터산업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