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페어 플레이 정신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승부에 지고서도 박수갈채를 받는 선수가 있다. 실력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패자에게 관객들은 격려와 온정의 박수를 보내게 마련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돋보이는 페어 플레이 정신은 스포츠에서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기업과 기업의 관계, 나라와 나라의 관계 등 모든 사회활동에 있어서 페어 플레이 정신은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기본 중의 하나다.

최근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의 불공정한 사업 사례를 보고 있노라면 페어 플레이 정신이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영세한 중계유선사업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각종 변칙과 불법행위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있다.

얼마 전 광주지역에 살고 있는 한 아파트 주민 700여명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중계유선업자와 짜고 케이블TV를 볼 수 없도록 한다며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청와대에 진정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케이블TV를 보고 싶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소장이 임의대로 케이블TV를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케이블을 깔기 위해서는 관리소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파트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무시당한 것으로 그대로 넘겨져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

이같은 사례는 이 아파트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동안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주민들이 단체행동으로까지 일을 확대하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갔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케이블TV방송 업체와 유사한 이름으로 상호를 바꿔 가입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각종 편법방송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어 플레이를 한 선수는 비록 경기에 졌을지라도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 그러나 경기에 이겼다 해도 페어 플레이를 외면한 선수의 생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단 기간의 이익을 위해 페어 플레이 정신을 버릴 때 그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기에 처한 중계유선사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페어 플레이 정신으로 재무장해 제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에서 벗어나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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