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합리적 유지보수 정책...DPSI코리아 권중근 사장

우리나라 제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설비 규모는 5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자료는 한국은행에서 70년대 이후 조사한 제조업체의 설비투자 규모와 감가상각비 자료로 계산한 금액이다. 현재의 가치는 우리나라의 연간 GDP와 비슷한 규모며 매년 60조원 정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제조업 외에 공공기관·사회시설·군 등을 모두 포함한다면 우리나라의 설비와 시설의 환산액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이다.

통상 설비와 시설물의 유지보수에는 인력·자재 등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한 조사자료가 거의 없지만 미국의 경우는 연간 시설취득가액의 10%에서 15%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지보수와 관련한 금액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실제로 기업체의 제조원가 구성을 조사해보면 원자재비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 바로 유지보수 비용이다. 기업들은 그 규모에 따라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보전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합리적인 유지보수 정책을 취하는 것은 천문학적 금액의 비용을 줄여 국가 경쟁력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정부의 거시적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에 있었던 몇몇 대형 참사가 거의가 유지보수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60년대 이후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이라는 관리개념을 국가적 차원에서 활성화해 오늘날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밑거름으로 삼았으며 이 개념은 지금도 매우 중요한 기초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가나 기업 모두에 유지보수는 필요악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IMF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이후 기존 시설물 효율증가와 유지보수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증대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수준은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지보수를 고도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노력이 아니며 시스템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보전전략 수립, 보전부문 업무 프로세스의 선진화, 관련된 보전기술과 정보기술 보급이 모두 포함돼 종합적으로 연구돼야 한다. 지금은 이런 부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 정리와 연구, 관련 요소기술 표준화, 일부 부문 관리수준의 인증, 고도기술 양성 등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외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부문을 육성해야 한다.

특히 유지보수 정보시스템 부문은 그 수준이 매우 낮아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10여종의 소프트웨어가 외산 일색이다. 미국의 경우 설비관리 시스템은 기업정보 시스템 부문에서 ERP 다음으로 규모가 큰 시장으로 99년 시장규모는 13억7000만달러에 달했고 2003년에는 24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생산부문의 저명한 조사기관인 오토메이션리서치센터(ARC)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시장규모 조사자료도 없으며 시장규모도 크지 않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이제서야 설비관리시스템이 무엇인가 하는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시장은 매우 초창기이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종 중심이 아니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설비관리시스템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육성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직 우리보다 낮은 산업화 수준에 있는 나라들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부문의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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