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54) 벤처기업

해외 진출<44>

라스토푸친의 처제라고 하는 나타리야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사내치고 미인을 싫어할 리 없다는 사실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녀를 따라다녔다. 윤 실장은 한 명 더 불러야지 짝이 맞는 게 아니냐고 하면서 투덜거렸다.

『윤 실장, 정신차리게. 우리가 지금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니고, 여자를 사귀러 모스크바로 온 것도 아니네. 비즈니스 세계로 말하면 적진에 뛰어든 것이네. 엄밀하게 따져서 이 여자도 적이야.』

그날 하오에 윤 실장과 나는 고리키 박물관에서 가까운 생물학 박물관을 둘러보고 톨스토이 박물관과 생가를 방문했다. 그리고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볼쇼이 발레를 감상하고 호텔숙소로 돌아갔다. 나타리야가 몰고 있는 벤츠를 타고 다녔지만 밖의 날씨가 워낙 추워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삼갔다. 전과는 달리 호텔 로비에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녀들은 전화박스를 비롯한 로비 곳곳에 더러는 손님을 가장하고 더러는 종업원 같은 분위기로 서성거렸는데 우리를 보자 요염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저 여자들이 우리를 보고 웃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먹음직스럽다는 뜻이야. 가급적 눈을 맞추지 말게.』

나의 말에 윤 실장은 킬킬거리고 웃었다. 친절한 안내인 나타리야는 호텔로비까지 우리를 바래다주고는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 한쪽에 있던 두 명의 여자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 중에 한 명이 일본말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모스크바 날씨가 춥지요? 도쿄에서 오셨나요?』

『우리는 도쿄에서 온 사람은 아니오.』

나는 적당히 말하고 승강기 쪽으로 갔다. 여자들은 계속 따라오면서 일본말로 말했다.

『미화 200달러를 주면 즐거운 밤을 보내게 해주겠어요.』

『어떻게 하는 것이 즐거운 밤인데?』

내가 장난삼아 물었다. 그러자 일본말을 할 줄 모르는 다른 여자가 내 팔짱을 끼면서 목에 혀를 대었다. 애무하는 몸짓을 한 것이다. 나는 뒤로 물러서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짓인가? 우리는 그런 거 싫으니 물러가시오.』

그리고 승강기가 열리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섰다. 두 여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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