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용 나눔기술 부사장(ysy@nanum.co.kr)
요사이 B2B가 대유행이다. 무슨 B2B라고 해서 말끝마다 B2B라는 접미사를 붙여서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스갯소리로 우리회사 직원들끼리 도시락B2B, 노래방B2B는 어떤가 하며 농담을 주고받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B2B사업의 붐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B2B사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B2B는 기업간 전자상거래라는 표현처럼 단순히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업간 거래를 인터넷이라는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B2B는 현실의 거래를 인터넷 기술을 사용해서 전산화한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에 대한 제안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져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공급자-제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단선적이고 단계적인 거래질서가 존재했지만 인터넷 인프라의 발달로 공급자·제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가 하나의 시장(eMarketplace)에서 평행하고 동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는 데 그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
과거의 거래방식을 그대로 둔 상태라면 B2B가 수십년 전부터 진행돼온 전자문서교환(EDI)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설사 인터넷 망의 확산으로 부가가치통신망(VAN) EDI가 인터넷 EDI로 바뀌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EDI 비용이 조금 저렴해지거나 기존 EDI 솔루션 벤더 사이에 지각변동이 있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B2B or Not To Be」인가. 문제는 인터넷상에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인 e마켓플레이스에서 기업들이 거래를 하면서부터 과거에는 필요했던 어떤 업체가 어느 순간부터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에 오프라인상에서 상당히 매출을 올리던 중견기업이 어느 순간에 퇴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바로 B2B를 기업의 생존문제로 확장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B2B 붐이 불면서 그룹 종합상사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 그토록 민감하게 대응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퇴출 대상업체가 꼭 유통업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빅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조업체도 실상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품을 아웃소싱해 제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e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하면 동일한 아웃소싱 채널을 이용한 새로운 브랜드가 보다 쉽게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B2B사업의 근본 의미에 대해서 이해를 하든 못하든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B2B는 적어도 향후 4∼5년간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사실상 국내에서도 앞으로 몇 년간은 수십, 수백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더 생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거에 포털 붐이 그랬듯이 2∼3년 안에 이 분야의 강자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B2B로의 진출을 구상하는 기업들은 올해가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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