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정보화 산업은 숨가쁘게 발전해 왔다. 이같은 눈부신 발전은 평생 한눈 팔지 않고 외길 전산인의 길을 걸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이들 전산 엔지니어 모두가 한국의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움직이고 이끌어 온 인물들이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업계는 이러한 전산 역군들로 가득차 있다. 최근의 벤처 열풍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SI업계를 떠났지만 지금도 전산 엔지니어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 가운데 하나가 SI 분야다.
그만큼 SI 업계는 전산 분야 노하우로 넘쳐나고 또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백전노장의 선배들도 많다. 국내 정보화의 역사를 얘기하며 SI 분야의 인물을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SKC&C는 현재 국내 S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5개 업체가 국내 전체 SI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0%를 넘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리고 이 5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전산 엔지니어들의 수만도 2만여명에 달한다.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한 초보 엔지니어와 수십년 넘게 이 분야에 종사해온 베테랑 선배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국내 전산 인력들의 집합소이자 보물 창고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SI산업의 역사는 생각처럼 길지 않다. 지난 82년 쌍용그룹의 자회사인 쌍용컴퓨터(현 쌍용정보통신)가 부분적인 전산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그 효시다. 그리고 85년에 삼성그룹이 계열사내 전체 전산 업무를 통합,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을 설립했으며 그 뒤를 이어 지난 87년에 럭키금성그룹이 미국 EDS사와 합작으로 STM(현 LGEDS시스템)을 출범시켰다. 따라서 국내 SI산업은 2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SI업체들은 그룹 계열사로 출발했다는 특성을 살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양적인 급성장을 이룩해왔다. 그룹 소속으로 있는 대부분의 SI업체들은 계열사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각자 나름대로 전산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었고 이를 외부에 이전, 공급하는 형태로 SI 사업을 전개해 왔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전산 엔지니어들을 SI업체로 통합시킴으로써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SI업체의 임원진에는 그룹 계열사의 전산 담당 및 컴퓨터 관련 사업부서 출신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내 최대 SI업체인 삼성SDS의 김홍기 대표(53)는 지난 78년에 제일모직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전산담당 이사를 거쳤으며 이 회사 박양규 상무와 박유근 상무도 삼성물산 시스템부 및 삼성전자 응용시스템영업팀 출신들이다.
최근 삼성SDS의 경영혁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영지원팀 박주원 상무(46)는 77년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제일합섬에 입사, 삼성전자 영국 법인과 그룹 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지난해 삼성SDS에 합류했다.
공공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서정묵 상무(52)도 79년에 고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삼성전관에 입사해 20년 넘게 컴퓨터 및 정보시스템 관련 영업부서를 거친 정통 삼성맨이다.
국내 최초의 SI업체라 할 수 있는 쌍용정보통신의 염정태 사장(56)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30년 넘게 쌍용양회공업, (주)쌍용 등에 근무하다 지난 98년에 쌍용정보통신 사장으로 부임했으며 장승욱 전무와 김창수 이사도 쌍용그룹 계열사내 영업 및 기획부서를 두루 거친 인물들이다.
그동안 국방 SI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온 쌍용정보통신에는 군 출신 임원들도 많다. 이 회사 김종길 상임고문이 예비역 준장 출신이며 차영화 상무와 이재기 상무도 각각 해군 준장 및 공군대학 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국방 정보화 부문 인맥들이다.
특히 삼성SDS와 쌍용정보통신은 국내 최대 SI업체 내지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회사로서 정보통신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왔다. 외국계 컴퓨터 회사나 중소 벤처업체로 나간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동종 SI 업계 사령탑만도 40여명에 달한다.
농심데이타시스템의 전상호 고문은 지난 85년부터 88년까지 초대 삼성SDS 사장을 지낸 후 교보정보통신 등을 거쳐 93년에 농심데이타시스템의 초대 사장까지 역임한 SI분야 원로급 인사다. 또한 현재 농심데이타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김용서 대표는 쌍용정보통신 사장 출신이다.
그리고 신세계I&C의 권재석 사장을 비롯해 CJ드림소프트의 임인혁 전임 대표, 새한정보시스템의 문광수 대표, 청아정보의 김홍기 사장, 나라정보서비스의 이대희 사장, 바른정보의 유창상 사장, 바로정보통신의 전창성 사장 등이 삼성SDS 출신이다. 또한 동양시스템즈의 황태인 사장과 한전정보네트웍의 황규선 상무, 동부정보기술의 신승재 센터장, 고려정보통신의 이광호 사장 등이 쌍용정보통신 출신으로 중견 SI업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93년에 후발업체로 SI시장에 뛰어든 현대정보기술은 현대그룹 계열 출신과 외부 영입 인사를 중심으로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표삼수 사장(47)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 석사 과정을 거쳐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술 지원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황시영 상무(47)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를 거친 박사급 엔지니어다. 이들 두 사람은 삼성그룹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일하다 95년에 현대전자 정보시스템사업본부로 함께 자리를 옮기며 현대측과 첫 인연을 맺었다.
기술본부의 이영희 상무(48)는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대학 전산담당관으로 3년 가량 일하다 79년에 현대건설 전산실에 입사한 후 줄곧 현대 계열사내 컴퓨터사업본부 및 정보시스템사업부 등에서 20년 넘게 일해 왔다.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선배 상무(50)도 지난 78년부터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에서 금융 및 재정 담당 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대그룹내에서 손꼽히는 기획·관리 부문 전문가다.
지난 87년에 STM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LGEDS시스템은 초기 설립 멤버들 위주로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올해 대표이사로 승진한 오해진 사장(57)은 호남정유 시절부터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87년에 STM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고속통신망 구축과 컴퓨터센터의 안정화 및 품질제도의 기반 구축을 이뤄내는 등 LGEDS의 빠른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공공사업부 김병국 전무와 서비스사업부의 민중식 상무, 그리고 금융사업부 박동기 상무와 영업부문 김정근 상무 등도 LG그룹 계열사의 회계부서 및 전산실에서 근무하다 지난 87년에 STM의 출범과 함께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창립 멤버들이다. 특히 오해진 사장과 김병국 전무는 26년전 호남정유 경리과 시절부터 같이 일해오고 있다.
LGEDS의 기술연구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단형 전무(53)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공학연구소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에 헌신한 공로로 지난해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경영지원부문의 윤철수 상무는 지난 75년에 (주)럭키에 입사한 후 줄곧 LG 계열사내에서 경영관리 및 기획 부문을 맡아왔다.
SK그룹계열 SI업체인 SKC&C의 변재국 사장(58)도 지난 67년에 (주)SKI에 입사, 30년 넘게 그룹 계열사에서 일해온 인물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주)선경, (주)유공 등을 거쳐 지난 97년 SK컴퓨터통신(현 SKC&C)시절부터 줄곧 이 회사 대표 이사직을 맡아왔다.
SKC&C의 인더스트리 리더십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최을락 상무(53) 또한 74년에 유공에 입사, 전산부 및 정보통신 기획담당을 거쳐 97년에 SK컴퓨터통신의 SI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인연을 맺었다.
서비스 제공 부문장으로 있는 홍영진 상무(48)는 뉴욕 주립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컴퓨터 개발실과 한국통신 위성사업단 국장 등을 거쳐 98년에 SKC&C의 통신기술사업부문장으로 들어왔다.
이밖에 기획관리부문의 김준일 전무(41)는 최태원 그룹회장의 매제로 아더엔더슨 컨설팅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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