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쌍생아」

부산 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이미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츠카모토 신야의 작품. 「일본의 컬트」라 불리는 그의 영화는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비주얼과 우화적인 캐릭터들로 대표된다. 일본의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쌍생아」는 감독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면서도 단순하고 안정된 이야기 구조로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이다. 「사이버 펑크적 감수성」이라 불리는 츠카모토의 시각적 이미지는 말 그대로 자극적이며 폭력적인 이미지의 전율을 체험케 하고 이것은 일반 관객들보다 영화제나 평론가들을 통해 더욱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립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영화 작업을 해오던 츠카모토 감독은 메이저와 손을 잡은 이 작품에서도 각본과 촬영, 편집까지 겸하는 1인 4역을 소화해냈다. 「쌍생아」는 시대극이지만 그의 펑크적 감수성은 여전히 탈시대적이다. 메이크업에서 의상의 설정에 이르기까지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는 신비함과 환상적 이미지들이 더욱 정교하고 현란하게 그려지고 있다.

빈민굴과 귀족의 계급 차이가 가장 극심하던 메이지 시대. 명의 유키오는 화재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아름다운 링을 아내로 맞는다. 유키오의 부모는 링의 과거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못마땅해 하지만 유키오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이상한 냄새가 감돌기 시작하고 유키오의 부모가 차례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유키오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스테키치에 의해 우물로 던져진다. 어려서 빈민가에 버려진 스테키치는 쌍둥이 형인 유키오 대신 철저하게 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츠카모토 신야가 그리고자 했던 모습은 마치 애증처럼 붙어다니는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빈민층과 귀족계급의 생활상을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속도감과 색채적인 감각으로 포장해내지만 사실 카메라의 관심은 사회적인 시선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빈민굴에서 링과 함께 살았던 스테키치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고 부모를 죽이고, 철저하게 유키오로 살아간다. 링은 스테키치를 알아보고 변명을 하지만 스테키치는 자신을 나타내는 문신까지 지우며 철저하게 링을 속인다.

반면 우물 속에 버려진 유키오는 자신이 극도로 혐오했던 빈민굴의 더러움과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점점 스테키치를 닮아간다. 스테키치를 죽여버린 유키오가 또 한명의 스테키치가 되어 빈민가를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의 또 다른 내면을 본 것처럼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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