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유·무선 전화기 시장은 3200억원대 규모를 형성했다. 이후 지속적인 수요 위축으로 최근에는 1300억∼15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관련 사업을 포기했던 해태전자가 시장에 재진입하고 삼성전자·LG정보통신·태광산업·데이통콤 등이 경기회복에 편승, 본격적으로 신모델을 출시하는 등 탈출구를 뚫고 있다. 시장타개를 위한 관련 업체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디자인 개선=소비자들은 더이상 다양한 기능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미 왠만한 부가기능은 모두 구현됐기 때문에 특별한 게 없다. 소비자들의 전화기 구매패턴도 기능 단순화로 돌아서는 추세다.
대우통신에서 분사한 데이통콤은 색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노랑색 위주의 제품으로 먼저 소비자의 눈길부터 사로잡으려 했던 데서 벗어나 우드코팅, 실버톤의 색상을 채택해 제품에 고급스런 이미지를 부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제품 패션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900㎒ 무선 전화기 기술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탁트인 대형 표시창과 예술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나가고 있다. 태광산업, 해태전자 등도 「기능 단순화, 디자인 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원가개선=전화기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와 보드를 공유화함으로써 비용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기능 단순화 추세에 따른 부수적인 산물이다. 즉 비슷한 기능의 유·무선 전화기들에 내장하는 부품이 같아지기 때문에 별도의 부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부품 공유가 사후관리(AS) 체계도 단순해져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부 수요증대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업계는 올 하반기에 상용화될 발신자 전화번호 추적서비스인 콜러ID서비스(caller ID services)에 대응, 전용 단말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콜러ID서비스는 폭력전화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서 받고 싶은 전화만 받을 수 있게 하는 솔루션. 특히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할 전망이다.
주요 유·무선 전화기 업체는 콜러ID서비스 개시 시점에 맞춰 적극적인 홍보와 제품 출시를 통해 매출을 50∼100%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와함께 관련 업체는 장기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에 묶여있는 무선 전화기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아직 정부가 유선 전화기를 기반으로 하는 무선 전화기에 대해 디지털 방식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무선 전화기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최대 100m에 불과한 무선 통화거리를 최소 2, 3배 늘릴 수 있다. 이럴 경우 가정주부가 무선 전화기를 들고 집밖 슈퍼마켓이나 이웃집에 방문할 수 있게 돼 신규 수요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 동안 TV 광고 등에서 출연자들이 900㎒ 무선 전화기를 들고 슈퍼마켓에서 통화하는 모습이 자주 소개됐지만 실질적으로는 100m 이내에서나 무선 통화가 가능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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