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넷스케이프 6.0 버전이 곧 출시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97년에 4.0 버전이 나온 이후 3년만에 새 버전을 선보이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익스플로러 5.0을 내놓자 그것과 경쟁하기 위해 5.0은 건너뛰고 6.0으로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재미 있는 아이디어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꼭 그런 식으로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이제 MS와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웹브라우저 시장을 놓고 또다시 한판 승부를 벌일 모양이다. 하지만 단순한 승부같지가 않고 비장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루가 멀다하게 바뀌는 인터넷 세상, 또 그와 관련된 첨단기술 분야들. 잠시 방심하면 금방 경쟁자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뒤돌아볼 틈도, 곁눈질한 여유도 없다. 아무리 앞서가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한밤중에 문득 잠이 깨어 내일 아침 신문에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보다 앞서 기술개발을 완료했다는 기사가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새벽까지 뒤척이게 된다. 오직 앞만 바라보고 가도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세상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 회사 한 임원의 동생이 결혼 10년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었다. 홀트아동복지 등에 양자를 신청해도 장애자라서 자격미달. 우연한 기회에 어떤 부부가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낳아만 주면 자신들이 키우겠다고 하며 출산하는 날 곧바로 입양하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돌아왔단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산모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며 7달짜리 미숙아를 낳았다. 산모는 그 동생에게 각서를 내밀며 하루만에 퇴원했고 의사는 인큐베이터에 넣어진 아이에게 뇌성마비 증상이 있다고 했다. 어려운 생활형편에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 게다가 뇌성마비라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정을 내렸다. 하느님이 주신 귀한 자녀를 감사함으로 받아 정성을 다해 키우기로 말이다.
경쟁의 세계, 첨단의 세계, 강한 것이 선이며 곧 목표인 세계. 얼핏 보면 그러한 것들만 눈에 띄지만 눈을 조금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첨단의 세계, 인터넷의 세계, 사이버 세계에서는 오직 경쟁만 있고 사람 냄새는 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왔다. 컴퓨터 속에서 칩과 프로그램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만나고 공유해 왔다. 우선 나 자신을 사이버 세계에서 마음껏 풀어놓고 또 남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도 넉넉히 만들어놨다. 그러자 인터넷이 놀랍게도 공생을 넘어 상생(相生)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터넷이란 사이버 공간은 물질이 없는 관념의 공간도 아니고 감정이나 인정이 없는 사막과 같은 공간도 아니다. 내가 알고 체험한 바로는 사람의 따뜻한 숨결과 체온이 느껴지는 실물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웃음과 인정이 배어나오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이야말로 공간에 의해 닫혔던 인간관계를 열어주는 좋은 매체요, 더불어 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활동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을 아시나요? 그렇다면 더불어 살기를 아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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