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닷컴신드롬의 한계

인터넷붐을 타고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닷컴(.com)」 도메인을 잡기 위한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에 「닷컴 신드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하이테크의 냄새를 내는 데 「닷컴」만큼 적절한 용어도 많지 않은 탓이다.

닷컴은 이제 벤처기업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상징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인터넷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상관없이 닷컴 도메인을 잡는 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업들도 인터넷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아있는(?) 닷컴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 새로 창업하는 업체들이 닷컴 도메인의 등록 여부에 따라 회사이름을 바꾸는 것은 예사고 아예 닷컴부터 확보하고 나서 상호등록을 추진하는 게 요즘의 창업풍속도다.

최근엔 인터넷과는 전혀 무관한 음식점 등 요식업에까지 닷컴을 첨가하는 곳도 생겨났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테헤란밸리나 양재·포이지구 등에는 상호에 닷컴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같은 닷컴의 바람은 일견 현실을 잘 반영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닷컴 열기는 인터넷 붐을 더욱 재촉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또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하는 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상적인 닷컴 신드롬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닷컴을 상술 또는 주가상승의 매개체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이름에 닷컴을 집어넣음으로써 마치 첨단 인터넷기업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닷컴으로 인해 기업의 본질이 왜곡될 경우 그 피해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벤처와는 무관한 전통기업들이 상호를 바꾸어 주가가 급등하고 그 후 실체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같은 사례는 또 버블논쟁이 고조되고 있는 인터넷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악재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물론 닷컴이란 용어의 표현만으로 단순하게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닷컴 사용의 절제와 자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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