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품질평가 왜 논란 빚나

정보통신부 주도로 이뤄지는 초고속인터넷 품질평가에 대해 사업자들은 그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모든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양상이다.

사업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측정 대행기관으로서의 ETRI」의 자격문제는 초고속인터넷 품질평가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사실 ETRI는 지난 9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었고 지금도 정통부와 한국통신(KT)으로부터 가장 많은 출연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이 ETRI의 공정성 및 자격을 문제삼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특히 일부 사업자들은 측정 대상서비스 선정기준과 관련해 ETRI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는 「친KT」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ETRI는 측정 대상서비스 선정기준과 관련해 가입규모가 크고 가입자 불만이 많은 서비스로부터 품질평가를 시행하되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에서 최근에는 KT의 주력 상품 중의 하나인 ADSL B&A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통신의 ADSL B&A는 2만5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ADSL과 함께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은 서비스이며 이를 제외할 경우 한국통신은 ADSL만 평가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부 사업자들의 지적에 대해 『만약에 하나라도 ETRI의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테스트가 이뤄질 경우 사업자의 가입자 유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업자들이 측정 대행기관의 평가결과를 겸허히 수용케 하기 위해서는 품질평가기준, 서비스대상, 측정방법 등을 소비자단체나 제 3의 기관과 함께 공동주관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품질측정 대상서비스의 선정기준은 보다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측정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일부 사업자는 가입자가 1만명도 안되는, 본격적인 상용서비스 제공 이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로서의 자사 이미지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참여했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다른 사업자의 경우는 주력상품이 케이블인터넷인 상황에서 ADSL가입자가 전무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ADSL 품질측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품질측정 대상서비스 기준의 불명확성은 정통부의 품질평가가 사업자들의 홍보전략에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품질평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자체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회선사업자로서의 자리매김 및 대외홍보가 가능하다』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의 관계자는 『일부 사업자가 만약 가입자가 몇명 되지도 않는 상품을 잘 포장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는 평가결과의 전반적인 신뢰도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은 당초 정통부의 의도대로 가입자수가 일정규모이고 각 사의 주력상품이면서도 가입자의 불만이 많은 상품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통부가 품질평가를 연간 2회 실시한다는 계획을 전제로 할때 가입자규모가 수백, 수천에 불과한 후발사업자의 서비스는 가입자가 일정규모 이상에 도달했을 때 평가대상에 포함시켜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품질평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정 지역이나 측정 환경도 보다 많은 연구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ADSL의 경우 통칭해서 ADSL이라고 할 뿐 사업자들마다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ADSL은 광단국에서 가입자회선(구리동선)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먼가에 따라 전송속도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로통신과 한국통신은 광케이블을 아파트나 집단거주지역까지 끌고가서 ADSL을 서비스하는 사례가 많으며 일부는 전화국의 광단국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계유선방송이나 한국전력의 케이블TV전송망을 이용해 서비스중인 케이블인터넷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광케이블 종단지점의 광단국(셀)에서 가입자규모를 얼마나 많이 할 것인가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ADSL이나 케이블인터넷 모두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품질평가 및 결과를 공표하기보다는 측정결과 발표시 측정환경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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