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상태에 있는 기업의 사장으로 취임하면 과연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
박향재 서울시스템 사장이 지난해 8월 화의상태였던 서울시스템 사장 자리를 제안받으면서 가장 고민했던 문제였다.
박 사장은 며칠동안 고민끝에 서울시스템의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여기에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이 접목된다면 서울시스템은 조기에 화의를 종결하고 정상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취임전 서울시스템은 선두업체라고 자부해왔던 CTS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전망조차 없어진데다 3년전 인터넷업체로의 변신을 위해 인터캐스트사업을 시작했지만 시기상 너무 일러 실패를 맛봤던 직원들은 그야말로 자포자기 상태였던 것. 당시 화의상태에 들어가있던 서울시스템은 직원 265명에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다.
박 사장이 취임과 함께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게 직원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서울시스템은 CTS전문업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인터넷업체로 변신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회사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우리사주를 직원들에게 배정해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인터넷사업을 위해 신규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물론 기존 직원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입사한 신규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지만 회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박 사장의 설득으로 서울시스템은 인터넷업체로의 변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박 사장의 신념과 직원들의 호응은 화의상태에 들어간 지 8개월만에 이를 벗어났으며 올해 매출 580억원에 흑자로 돌아서는 유망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사업구조도 CTS분야가 20%로 축소되고 인터넷 관련 사업이 나머지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박 사장은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기존 직원들에 대한 대우를 인터넷 관련 직원들과 맞추고 CTS사업본부를 쾌적한 사무실로 분가시켜 그동안 불만을 참아왔던 기존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조직의 안정화와 융화가 회사경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해온 박 사장의 신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경영정상화에 몰두해 왔던 박 사장의 다음 과제는 서울시스템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울시스템이 벤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조직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며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몫이라고 밝히는 박 사장은 직원들이 보스를 의식하지 않고 또 자기의 몫을 다하기 위해 상사에게 무례할 정도로 자기의 소신을 내세울 줄 아는 조직이 더 많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 교수 출신답게 확고한 경영철학을 내세운 박 사장은 경영철학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팀제와 전결제도 등 서울시스템만의 독특한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인사나 월급, 인센티브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이 팀장에 의해 이루어진다.
최근 일고 있는 인터넷 열풍에 대해서도 박 사장은 다른 경영자와는 커다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실물거래없는 전자상거래는 기반이 허약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서울시스템은 실물거래와 인터넷거래를 통합한 기업으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게 박 사장의 포부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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