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까지 자동차회사들은 1년에 하나의 모델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품수는 무려 2만개. 새 차종에 맞춰 대부분의 부품을 다시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쳐 조립해 사용하다보니 1년이라는 시간도 태 부족일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1년에 적어도 수종, 많게는 수십 종의 신모델을 출시한다. 이 같은 결과는 부품공용화라는 설계 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XG라는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자금과 시일이 필요했지만 XG와 유사한 형태의 밴은 XG에 이어 바로 출시됐다. 현대자동차는 XG를 개발하기 위해 2만개의 부품을 개발해 조립했지만 밴은 기존 XG의 차체와 섀시 등은 그대로 두고 밴에 필요한 3000여개의 부품만 별도로 개발해 이를 조립했기 때문에 이른 시간 안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
제조현장에서 적용되던 부품공용화가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적용된 것이 컴포넌트SW다. 컴포넌트SW는 각종 애플리케이션 SW를 개발할 때 기존 정보공학 방법론에 기초한 코딩방식의 개발에서 벗어나 SW 구성을 모듈로 미리 만든 뒤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이 모듈을 조립하는 식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SW다.
컴포넌트SW 기법은 업무용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통신장비나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 과정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통신장비나 네트워크 장비가 내부를 들여다보면 반도체나 콘덴서, 저항기 등 부품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시스템의 동작을 규정하는 것은 SW다. 특히 통신장비의 기능이 갈수록 대형화, 지능화하면서 이전과 같이 SW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명이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최근의 통신장비 발전추세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이미 해외장비업체들은 컴포넌트SW 기법을 이용한 장비 개발에 착수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루슨트는 지난해 통합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인 원비전을 분산객체표준기술(CORBA)에 맞춰 선보였다. 이 제품은 타사의 SW를 조립하는 형태로 수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루슨트가 선보인 개방형 교환기인 7RE, 노텔네트웍스의 석세싱 네트워크 제품군도 컴포넌트SW 기법이 적용돼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형 라우터, 대형 교환기 제품 외에 최근에는 단말기 분야까지 컴포넌트SW 기법이 급속히 적용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장비업체에 비해 가장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는 부문이 SW 기술분야』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시바삐 통신장비의 SW 모듈을 개발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범 업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개방형 통합 멀티서비스 교환기에 컴포넌트 SW 기법을 적용해 개발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7년부터 컴포넌트 SW 개념을 자체적으로 정립하고 지난 98년부터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컴포넌트 SW기법의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 올해 내에 그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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