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미디어의 광고영업을 대행하는 인터넷광고 전문 미디어렙(Media Rep) 사업을 전개하며 당혹스러운 점은 수많은 인터넷사이트의 운영주체들이 광고를 유일한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광고가 인터넷사업의 주수입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들면 팔리는 판매자위주의 시장논리는 인터넷광고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정보에 접근하되 한군데 오래 머무르지 않는 인터넷이용자들의 발길을 끌고 재방문을 유도해내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 사이트 자체에 대한 마케팅과 이용자들에 대한 관계 유지, 강화가 필수적이다.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는 광고주가 아닌 인터넷이용자들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광고주는 인터넷이용자들에게 인정받는 사이트가 어디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지 광고주를 자주 찾아오고 애걸한다고 해서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지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광고주를 클라이언트로 삼는 광고대행사의 「업」은 인터넷마케팅의 전략적 틀을 세우고 실행계획을 짜는 데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시각각 변해가는 매체환경을 이해하고 매체플랫폼에 기반한 특정한 광고상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매체사를 클라이언트로 하는 미디어렙의 경우는 특정 매체들과의 계약관계를 통해 전문적인 상품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맞춤상품을 개발,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존 광고주나 광고대행사 중심의 시장구조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국내시장에는 24/7미디어, 더블클릭, 리얼미디어 등 세계 3대 인터넷광고 미디어렙이 모두 진출해 영업을 전개하고 있고 이들 외에도 여러 미디어렙의 태동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국내 인터넷광고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확인 절차인 동시에 시장발전을 위한 계기를 부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단순한 광고매체에서 포괄적인 마케팅플랫폼으로 진화함에 따라 매체에 기반한 마케팅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하는 미디어렙의 역할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흔히 인터넷광고 미디어렙의 기능이 광고서버 서비스 자체로서 이해되는 인식의 오류가 있는데 이는 광고서버의 개발·판매 사업에서 미디어렙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일부 업체의 논리일 뿐이다. 정작 국내 인터넷광고 시장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미디어렙 비즈니스의 시장형성 단계에서는 하드웨어로서의 광고서버나 그 운용소프트웨어보다도 광고주-미디어-이용자(소비자)를 잇는 다양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툴의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광고서버는 이미 보편화된 마케팅 알고리듬을 범용화한 것에 불과한 기반기술이지 그 자체가 미디어렙의 경쟁적 우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인터넷광고 미디어렙의 시장 모델링은 마케팅플랫폼으로서의 매체에 대한 전문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광고주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광고형식을 개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디어렙의 기본 인프라는 우량매체의 확보로 충족되지만 경쟁적 우위는 매체에 상품가치를 부여하는 상품개발력과 그 상품을 적시적소에 판매할 수 있는 영업력에 달려있다.
인터넷광고 전문 미디어렙에 대한 업계의 기대를 고려할 때 우려되는 사항은 시장과 미디어렙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규정과 비전 없이 구색맞추기식으로 미디어렙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다. 많은 매체사들이 숙제로 안고 있는 영업·마케팅 부문의 취약성은 영업팀을 미디어렙으로 분사시킨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몇개 매체의 영업팀을 통폐합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렙 본연의 역할에 대한 자기 규정속에 게임의 룰을 지켜나갈 때 국내 인터넷광고 시장은 발전할 수 있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매체사는 미디어렙의 위상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요구해야 하며, 미디어렙은 시장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전망속에 자기영역을 확보, 확대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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