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전자상거래 표준화 작업 의미와 대안

「문제는 표준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점차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 중심에서 기업간(B2B)거래로 옮겨 가면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자 카탈로그(상품 표현 정보)표준이 뜨거운 감자로 떠 오르고 있다.

전자 카탈로그 표준은 온라인상에서 취급되는 모든 상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실질적인 작업으로 효율적인 B2B 전자상거래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B2B시장 활성화를 목 놓아 외치면서 이를 뒷받침할 표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표준화 작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표준을 준비하는 단체나 업체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개별 표준을 추진해 자칫 잘못하면 중복 투자는 물론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황=지난해 중반 필요성이 제기된 B2B거래 표준화가 올 초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전자거래진흥원, 한국전산원은 물론 유통정보센터까지 가세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진행중이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시리와 같은 업체는 자체 표준을 제정해 이를 시장 표준으로 추진할 계획 등 표준화 논쟁이 불붙고 있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은 최근 전자상거래에 대상이 되는 전 품목에 대한 분류 체계를 만들기로 하고 이의 일환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건설 자재와 관련한 20여만개 품목에 대한 분류·코드안을 마련했다. 전자거래진흥원도 2000년 주요 사업 계획의 하나로 B2B 상품 표준화로 잡고 전자상거래 대상 상품 전반에 걸쳐 분류 기준을 제정키로 했다. 또 삼성물산도 B2B거래에서 표준화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자체 표준을 준비중이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시리도 광운대 등 전국 30개 대학과 공동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 통합 코드체계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밖에 유통정보센터가 오프라인에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상품 식별코드(EAN시스템)를 온라인에서도 보급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문제점=이같은 활발한 B2B 전자상거래 상품 표준화 작업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준비중인 표준이 「국내용」이라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개별 단체나 업체가 제각각 진행할 경우 이후에 표준이 정립되더라도 업체 입장에서는 큰 혼란만 불러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단일 표준은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이 만들어져야 실질적인 B2B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명분이 분명하고 지원 규모가 큰 분야가 표준화 프로젝트라는 점을 들어 손쉽게 정부 지원 자금을 따기 위해 이같이 주요 전자상거래 단체가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이들 단체나 업체는 「표준화」라는 공통 분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조율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진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 표준이나 실물 거래의 정보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온라인에서 효율성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표준화가 이뤄진다면 국가 경쟁력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대안=B2B 전자상거래에 기반이 되는 상품 표준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정보화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표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세계 시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뜻한다. 인터넷을 매개로 점차 국경이 없어지면서 더 이상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표준은 무의미하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온라인 상에서 확실한 글로벌 표준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단지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B2B상거래를 위한 글로벌 상품 표준 작업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표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 세계 표준화할 수 있는 부분은 공동으로 힘을 합쳐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상품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물류와 유통 정보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표준이 불일치하면 상품 코드를 중복 관리하고 이중 투자라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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