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논설위원jypark @etnews.co.kr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선거관련 소식들은 벌써부터 방송과 신문지상의 머리 기사로 날마다 다뤄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잔치마당이 되어야 할 선거 분위기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진흙탕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판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의 속성이 권력의 쟁취와 유지이기는 하지만 그 근본은 국민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나라 문제가 펼쳤던 「개황의 치」나 당나라 현종의 「개원의 치」가 올바른 정치의 표상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백성들의 안녕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달아오르고 있는 정치판 한편에는 지난해부터 몰아치고 있는 벤처 열풍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벤처가 부국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벤처열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5000여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났으며 올해도 그만한 숫자의 벤처기업들이 창업준비를 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아니면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상당한 시중의 자금이 이들 벤처 기업에 몰려들고 있다. 돈이 기업을 하는 이들에게 몰려들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의 홍수 속에서도 정통적인 산업기반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상당수의 일반 제조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산업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벤처와 무관한 기존 중소기업들은 자금은 물론 벤처기업들에 인력을 빼앗겨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벤처기업은 이름 그대로 모험적인 성격이 강한 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벤처기업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벤처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반 산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정부가 벤처기업에 산업정책의 성패를 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바람직한 정치상이라고 할 때 산업정책은 기업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벤처육성정책 역시 철저히 벤처기업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벤처기업 육성이 급변하는 21세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인 것은 틀림없다. 이를 통해 IMF체제와 같은 굴욕적인 상황을 다시 겪지 않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벤처시대를 주도하면서 활성화시켜 나가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벤처열풍이 시작되면서 아직 실패한 벤처기업이 없다는 점과 왜곡된 돈의 흐름으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졸부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은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벤처의 허울만 쓴 사이비벤처들이 설치기 시작했고 국민은 국민대로 이 돈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들을 놓고 볼 때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의 이상과열 현상을 놓고 볼 때 정치논리가 개입돼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누군가 벤처 열풍을 통해 국민의 이목을 흐리게 하고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 앞으로 본격화할 벤처시대가 정치판처럼 진흙탕이 돼버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벤처시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돈 잔치를 끌어내거나 잘못된 돈 잔치를 방관하는 것만은 정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과열을 방지하고 내재가치가 있는 벤처기업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벤처시대를 개화시켜 나가는 것이 조력자로서 정부가 해야할 역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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