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시대>4회-사이버의학교육

지난해 11월 말 가천의대 부속 길병원은 뇌와 척추신경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새 수술법을 인터넷으로 일본·대만·말레이시아 8개국 의료진 100여명에게 생중계했다. 이날 미국 피츠버그의대 신경외과의 조해동 교수는 수술 부위를 작게 절개한 뒤 미세현미경과 뇌내시경 등을 이용해 시술하는 「최소침습 수술요법」을 소개했다.

이날 조 교수는 시술하면서 길병원 의료진 그리고 해외 각국에서 멀티미디어PC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외국 의료진들을 위해 첨단 수술법의 특징에 대한 강의는 물론 그들과 질의 응답도 가졌다. 사이버 의학교육의 한 단면이다.

사이버 의학교육은 더이상 선진국 일부 의대나 병원 등에서만 논의되는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국내 의대생이나 의사들도 PC를 통해 생생한 영상을 보면서 의학지식을 익히고 의료기술 강의를 받을 수 있다. 사이버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가천의대·서울의대·성균관의대 등이다. 현재 국내 41개 의과대 가운데 이같이 일부에서만 실시하고 있지만 곧 전국으로 확대될 움직임이다.

사이버 의학교육은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가상현실속에 들어가 시각·청각·촉각 같은 감각들을 이용해 그 속에서 정의된 세계를 경험하고 대화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해부학 실습이나 모의수술 등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형태의 교육을 들 수 있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것도 위험성 없이 실제 상황처럼 할 수 있어 임상기술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데 효과적이다.

의학에 관련된 자료를 텍스트나 멀티미디어 형태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도 사이버 교육에 이용되고 있다. 특별한 분야에 해당되는 지식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저장된 지식을 활용하도록 하는, 즉 인간의 사고과정을 모방한 전문가시스템도 사이버 교육의 한 형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규칙에 의해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점수가 기록되게 하는 게임형, 학습자가 어떤 상황에 처하도록 설정한 다음 이를 사이버 환경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문제해결형,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이나 평가를 하는 형태로 텍스트는 물론 멀티미디어 자료로 구성된 문제에 학습자가 답을 제시하면 자동 채점까지 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CBT(Computer-Based Testing) 등도 현재 활용되고 있다.

교육 대상자들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사이버 의학교육은 그 대상을 일반 국민들까지 포함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는 PC 방식의 TV 기술을 토대로 한 「원격 보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이 심장병과 기타 생활방식과 관련된 질병들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평생 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장점을 가진 사이버 의학교육도 단점이 있다. 우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환경이나 시스템 개발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다. 또 기술 변화에 따른 적응성이 떨어지며 활용 인력을 위한 훈련기간 및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등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시스템 가격이 하락하고 기능도 다양해지며 특히 인간 지능과 유사한 시스템 개발을 통해 보다 손쉬운 사용자환경 구축 등으로 해결될 것으로 의료정보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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