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패 진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http://www.ms.com)가 내년 가을 출시할 예정인 비디오게임기 「X박스」는 막강한 브랜드력을 지닌 MS의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성을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장 성패의 첫번째 관문이 되는 제품 성능면에서 「X박스」는 일단 세간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S 측의 설명대로 라면 X박스는 PC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의 비디오게임기로 성능 및 기능이 이달 초 나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까지 포함해 현행 제품들을 크게 앞선다.

윈도 운용체계(OS)를 사용하는 X박스는 두뇌부인 CPU로 작동주파수 600㎒ 이상의 「펜티엄Ⅲ」, 8GB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4배속의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장치 등을 탑재하며 전송속도 100Mbps의 고속 인넷접속 기능도 갖는다.

특히 비디오게임기의 생명으로 통하는 그래픽 처리력은 미국 NVidia사가 X박스 전용으로 개발하는 300㎒의 3차원 칩을 채택해 기존 제품들을 훨씬 앞선다. 이 칩은 초당 최대 처리속도가 3억 폴리곤(Polygon, 다면체), PS2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뛰어난 영상표현력을 지닌다.

한마디로 X박스는 비디오게임기와 고성능 PC의 핵심 기능을 결합시킨 제품이랄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성능은 성공을 보장하는 절대 조건으로 통하지는 않는다. 94년 마쓰시타전기산업(http://www.panasonic.co.jp)의 경우 16비트기가 주도하고 있던 당시로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고성능인 32비트기 「리얼」을 내놓았다 고배를 마셨다. 「성능은 단지 성패를 가르는 하나의 조건으로 통할 뿐」이라는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X박스도 어디까지나 게임기다. PC의 디스플레이가 아니고 일반 가정의 TV에 접속하며 조작에는 게임용 컨트롤러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X박스 역시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생존 법칙의 지배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데, 하드웨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패밀리컴퓨터」 「리얼」 「새턴」 「PS」 등 지금까지 나온 주요 제품을 보면 비디오게임기는 대체로 소프트웨어에 의해 성패가 갈리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충실히 지원되는냐가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는 X박스에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지를 이야기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우선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윈도에 기반하지만 재생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DVD비디오와 전용 게임소프트웨어 정도여서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특별한 차이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 X박스의 소프트웨어 지원 업체로 알려진 곳은 지금까지 고나미, 캡콘, 코에이디스리, 남코, 허드슨 등 일본의 6개사, 일렉트로닉아트와 어클레임 등 미국 2개사, 영국의 에디슨 정도 등이다.

대히트작 「파이널팬터지」를 낸 스퀘어 등 유력 소프트웨어 업체들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PS」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게다가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기반하는 MS에 비해선 소니, 세가 등 일본세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물론 MS에도 나름의 무기가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막강한 브랜드력과 함께 시장 독점을 통해 축적해 놓은 막대한 자금 등이 그것이다. 소프트웨어 최강을 가능케하는 기술력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MS의 비디오게임기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업계의 판도 변화까지 예상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니의 PS2와 X박스가 주도하고 닌텐도와 세가가 그 뒤를 따라가는 「2강 2약」의 구체적인 구도까지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소니는 「PS」에 이어 「PS2」를 내놓고 차세대 시장 선점에 이미 들어갔으며 일본에 국한되지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가을에는 이 PS2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세몰이에 나선다. 이렇게 멀리 달아나는 PS2를 X박스가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게임기 전문업체인 세가와 닌텐도도 손을 놓고 있을 리 없다. 세가는 「드림캐스트」로 지난해 후반부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만회하고 있고, 닌텐도 역시 올 연말에는 「닌텐도64」에 이어 차세대 기종 「돌핀」(가칭)을 내놓고 옛 명성 되찾기에 나선다.

앞으로 1년 반 정도나 지나서야 나올 X박스를 기다리려 줄 「대기 수요」가 얼마나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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