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만드는 것

세상 사는 데 궂은 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세상살이에 그런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일에나 빛과 그림자는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보화도 그같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보화가 현시점에서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핵심 주체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보화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추세고 그런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개인이든 국가든 세계화 대열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래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서 정보화를 추진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추진하는 정보화의 완결편은 유토피아인가. 그렇다고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존재한다. 미국 MIT대 윌리엄 미첼 교수는 낙관론자에 속한다. 그는 『현재 최고의 발달속도를 보이는 디지털문화가 잘 변화한다면 세계는 멀지 않아 유토피아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보화의 발달은 우리 사회를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가상공간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통적인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자본 대신 창의력과 지식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체로 등장했다.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비합리성을 해소하고 공장자동화·사무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도 『정보기술이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정치와 문화, 사회적인 삶의 질도 개선해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사관리와 재고관리 등을 전산화하고 재택근무·재택교육·원격진료·홈쇼핑·홈뱅킹 등을 이룩해 편리함을 누리고 노동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정보화의 진전은 우리 생활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런 변화가 곧 가정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 나아가 유토피아로 연결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보기술이 인간에게 주는 편리함과 효용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 사람들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미디어 평론가인 더글러스 루시코프는 『가상공간에 건설되는 디지털문화는 인간보다 데이터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며 정보화를 비관적으로 본다. 정보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관리와 감시통제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비관론에 등장하는 것이 오늘날 과학적 관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테일러가 제창한 테일러리즘이다.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해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을 기능적으로 관리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지만 정보화가 진전되면 정보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모든 활동을 전자적으로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청장치나 보안시스템 설치 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감시당하거나 통제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정보기술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표준화 대열의 선두에 서지 못하면 이 법칙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인간성의 상실도 문제다. 인격은 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것인데 정보화는 그같은 과정을 생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술적 편리함과 효용성보다는 정보기술이 사회구조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주목한다.

이같은 상반된 주장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타당성·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가 유토피아를 구현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자신있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한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정보화를 낙관론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화가 이 시대에 등장한 역사적 필연이라면 정보화의 긍정적인 빛은 더욱 밝게 만들고 부정적인 그림자는 최대한 지워버리는 일이다. 미래는 남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정보화의 미래상도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다.

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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