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기업 인수·합병 및 2003년 매출 5조원 달성을 통해 재계 순위 진입」 지난해 6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 벤처기업 S사의 중장기 사업전략이다.
지난해 불과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신생 벤처기업을 4년안에 매출규모 5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이 회사 Y사장의 당찬 포부에는 벤처기업가다운 패기와 자신감이 가득 배어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기업 인수·합병 및 외형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벤처기업의 사업전략은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보여준 「문어발식 경영을 통한 몸집 불리기」와 너무나 닮았다는 느낌이다.
첨단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존재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이 아닌 외자유치를 통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매출규모를 늘려 재계순위에 진입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기는커녕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재벌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이 IMF를 맞이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이 재벌기업을 흉내내는 지금의 경영형태가 또다시 제2의 IMF를 불러오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최근 회사설립 당시의 도전정신과 검소함을 잃고 회사의 외형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외부자본 유치 등으로 하루아침에 거부의 자리에 올라 흥청망청 돈을 쓰는 벤처기업가들이 생겨나면서 벤처기업 및 벤처기업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경영방식조차 이제는 정말 사라져야 할 재벌기업의 구태를 답습하는 벤처기업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것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년간 혹독한 IMF 터널을 벗어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벤처기업들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는 패기와 도전의식으로 21세기의 주역으로 부상하기는커녕 20세기 재벌기업의 전철을 밟으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산업전자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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