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애플리케이션(94)실전이 주는 교훈③

팀이 원자 대신 비트로 기존의 가치사슬을 파괴하고 물리적 매장들을 해체할 방법을 찾다 보니 과정은 다시 기술로 옮겨졌다. 새로운 가상상점에는 「DIY거래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자 회사는 곧바로 웹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과 협력할 방법을 찾는 데 나섰다.

마침내 팀은 DIY거래소가 경쟁판도뿐 아니라 회사의 운영에도 변화를 가져 올 킬러앱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DIY거래소가 출범하면 매장은 판매 장소라기보다는 창고나 상품 전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전자 「상점」은 물리적 상점의 재연이 아닌 소비자, 공급업체, 유통업체, 그리고 도급업체를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발전해서 가상의 DIY 공동체를 만들 것이다.

선순환 방식의 접근은 디지털전략 수립과정에서 창조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회사는 이런 유형의 새로운 사업투자에 필요한 장기 예산과 상세한 사업 개발 등 기존의 작업규정을 잠시 보류하고 대신 비즈니스 옵션을 구성했다. 최소한의 예산과 자원 팀으로 새로운 모델을 가지고 실험에 나선 것이다. 1주일도 안돼 광고 대행사와 회의를 가졌고 2주일 뒤에는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상품의 일부를 공급할 수 있는 고객 인터페이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또 한 달도 안돼 웹사이트의 첫번째 시험판을 띄우고 유통센터를 매장으로 활용해 전자결제와 배달 서비스까지 가능한 전자카탈로그의 테스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DIY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은 비즈니스와 기술의 전문지식을 동력화할 때에야 비로소 킬러앱을 배출할 수 있다. 우리는 바로 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유럽의 한 대형업체가 주최한 이틀간의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각 사업부 임원, 외부 전문가, 그리고 정보시스템 전문가라고 밝힌 20명 정도의 개인을 합쳐 모두 60여명이 참석했다.

워크숍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참석자들은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몇 가지 설문에 응답했는데 결과는 회의장 전면에 막대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응답결과는 회사의 태도에 심각한 균열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당신은 고유의 정보기술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가」라는 질문에 정보시스템 전문가의 20% 이상이 거의 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성과에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비 정보시스템 임원의 65% 이상이 「결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50%에 가까운 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은 「무관하다」고 응답했다.

꾸준한 비용 절감노력을 통해 재도약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회사에는 디지털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경영자가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시스템 전문가의 30%는 여전히 기술이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30%는 기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 정보시스템의 45% 가까이는 정작 그 일이 주요 업무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도 설문을 통해 정보시스템 전문가와 이들과 상대하는 다른 관리 부서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균열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결과적으로 조직의 건강상태까지 점검할 수 있었다. 한편 투표 행위와 워크숍 일정 동안 새로운 기술이 기업의 장래에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있다는 데 대해 시종 일관 가장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은 바로 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이었다.

불행히도 많은 기업들이 회사와 정보시스템 전문가 사이의 상충된 목표로 상당한 좌절을 맛보았다. 그것은 비단 전통적 기업뿐만 아니라 하이테크기업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약 1년 전 우리는 인터넷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 대형업체의 정보시스템 부서와 작업을 수행한 동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회사는 고유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업무와 관련된 전자우편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재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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