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보러 다닐 만큼 한가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내가 희생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근사한 커피숍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싫어하지 않았다.
그때 나의 시선이 그녀의 눈으로 갔는데, 눈가에 약간의 잔주름이 보였다. 아직 서른살도 안되었는데 웬 눈 주름일까. 그것을 보니까 그녀가 갑자기 불쌍해지면서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가 몇 살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스무살인가 스물한살에 만났던 것 같은데 벌써 이십대 후반임을 깨달았다. 나는 왜 이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못했을까.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업에 미쳐서 결혼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것은 거의 순간적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예정에 없는 엉뚱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혜련이, 우리 결혼하자. 당장이라도 예식장을 알아봐.』
『뭐라꼬? 방금 뭐라 했는데?』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도 미처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적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반문했다.
『왜 그렇게 놀래? 결혼하자고 했어.』
『우리 결혼하자꼬?』
『그래, 결혼하면 안되나?』
『결혼하자꼬?』
그녀는 마치 신기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했다.
『결혼하자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왜 그렇게 이방인 같은 표정을 짓지? 나하고 같이 살 자신이 없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갑자기 카니까 말이예….』
『갑자기 들으니까 거짓말 같아서 그래?』
『그건 아이고. 실감이 나지 않아서 캐예. 그렇지만 양가의 부모님도 뵙고 인사를 올린 다음에….』
『왜 이래? 당신 부모님이나 오빠는 날 잘 알잖아. 당신 집에 가서 밥을 얻어 먹기도 여러 번 했는데. 당신 오빠는 나를 보면 왜 동생을 안데려가나 하는 표정이야.』
『오빠가 결혼하라고 했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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