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탄력세율 적용이 오는 8월 1일부로 해제돼 다시 고율의 기존 세율로 환원될 전망이다.
물론 특소세 탄력세율 적용이 IMF 이후 극도로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내수경기를 진작하고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경감한다는 목적으로 당초 1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한시적으로 시행된 것이므로 더 이상 왈가왈부할 성질이 못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IMF 이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산층의 붕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기관의 전망이고 정부에서도 이를 감안해 서민대출 이자율 인하, 세금감면 등 여러 가지 파격적인 시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정부의 이같은 의지와는 반대로 특소세를 환원시킴으로써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서민부담 증가를 초래케 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자 그대로 특소세는 제조업체들이 경영합리화로 소화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제품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 부담으로 그대로 전가된다. 또 내수시장이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최근 일기 시작한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가전제품의 경우 당장 5.14% 내지 9.2%까지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추정인데 가전제품은 특히 보급률이 거의 포화상태에 있어 가격인상은 곧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또 올해 내수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여타 산업과는 달리 가전산업의 경기는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소세 환원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될 경우 이는 곧바로 매출감소를 초래하고 또 부도 직전에 몰려 있는 중소 가전업체 및 관련 부품업체, 영세 유통업체들에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완전해제와 맞물려 있어 국산 가전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더욱 우려된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의 완전개방으로 일본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 시점에 특소세 환원은 상대적으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특소세 부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소비재이면서도 생활필수품으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는 자동차의 경우 한·미 자동차협정에 의해 자동차에 대한 특소세율의 환원을 2005년까지로 연기한 상황인데도 가전제품에 대해 특소세율을 환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는 근본적으로 폐지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내수시장이 IMF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기까지만이라도 현재의 특소세 탄력세율 적용기간을 연장하거나 세율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
특소세 문제를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중산층의 기반을 구축하고 또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세원확보계획에 당장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침체된 내수시장보다는 회복된 내수시장이 세원확보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차제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관세 소급적용과 관련, 이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최근 세계품목분류위원회(WCO)의 결정에 따라 펜티엄Ⅱ CPU에 대한 세번을 변경, 관세를 기존 4%에서 8%로 올리면서 그간의 관세까지 소급 부과하겠다는 것이지만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대처하지 못해왔던 것을 마치 관련업계의 잘못인 양 관세를 일시에 배나 올리면서 그것도 소급 적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횡포다.
특히 관세가 이처럼 크게 오를 경우 중소 CPU 유통업체의 도산 속출과 함께 이들 유통업체로부터 CPU를 공급받고 있는 1500여 중소 컴퓨터업체들의 수급에도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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