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최초의 진공관 라디오가 생산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올해로 어언 40주년을 맞게 되었다. 라디오의 생산시점을 전자산업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당시만 해도 라디오가 모든 전자기술이 결합된 최초의 완성품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보다 약 40년 앞선 1920년을 세계 전자산업의 원년으로 보는 것도 진공관 라디오의 생산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여타 선진국들이 대부분 라디오의 생산시점을 전자산업의 원년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국내에서 라디오가 조립·생산된 것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59년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제품설계에 의해 금형을 자체 제작하고 핵심부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개발로 충당했으며 또 독자브랜드로 만들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59년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당시 국내의 라디오 생산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 전자산업의 뿌리를 내리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1차 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산업기반이 전무했던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산업형성의 큰 틀을 짜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것이 또 60년대 경제개발계획의 시동이 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쾌거였고 역사적인 일이었다.
국내의 라디오 생산은 TV 생산으로 이어졌고 관련 전자부품을 비롯, 트랜지스터·IC·고집적회로 등 반도체부문의 성장이라는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룩했으며 또 냉장고·VCR·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수평계열화를 실현했다. 관련산업의 기술개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특히 컬러TV의 등장은 가전·부품·반도체·컴퓨터·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자산업의 본격적인 도약기로 기록되고 있다.
또 반도체산업의 육성은 80년대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져 본격적인 정보통신산업의 토대를 구축했고 90년대 들어 국내 전자산업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등장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전자·정보통신산업으로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1기가 D램 개발을 비롯하여 64인치 디지털TV, 55인치 HDTV, 초소형·초경량 PCS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첨단제품의 개발 성공은 오늘날 우리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지난 40년 동안 생산규모 약 7만배, 수출 약 8만배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생산·수출·고용면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수많은 도전과 시련의 세월을 거치면서 일궈낸 소중한 자산일 뿐이다. 대외적으로는 선진국의 시장개방 요구나 반덤핑 제소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했으며, 안으로는 기술개발이나 연구인력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현안을 그때그때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했다.
특히 부실한 해외 현지공장의 통폐합이나 전략적 재배치, 생산품목의 재조정 등 국내외에서의 대대적인 전열정비와 구조조정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한국 전자산업 40년을 뒤돌아보면서 국내 최초의 진공관 라디오의 생산을 뜻깊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당시뿐 아니라 오늘 이 시점에서도 매우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국 전자산업 40년의 역사를 조감하는 특집과 함께 「끝없는 혁명의 시대-진공관 라디오에서 2백56MD램까지」란 주제의 연중 특별기획을 마련한 것도 우리가 겪은 지난날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다가오는 21세기를 좀더 성실히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는 핵심 첨단 기간산업으로서, 주요 수출전략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그리고 21세기 정보화 선도산업으로서 그 위상과 책무는 갈수록 중요하고 심대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지난 40년을 잰걸음으로 달려왔듯이 앞으로도 세계 최강의 전자·정보통신산업국 실현을 목표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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