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76)

 그러나 가정교사의 보수는 상식적인 선에서 합의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에게 유리한 비상식이었기에 나는 홍 박사의 딸을 가르치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상식이란 말단 회사원인 나의 입장이지 홍 박사 집안 같은 부유층의 관념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대우함으로써 상식의 수준이라고 믿고 있었다. 78년 가을에 컴퓨터 회사에서 내가 받는 월급은 7만5천원이었다. 그것도 입사 무렵보다 오른 것이고 거기다가 야근을 한답시고 수당을 합친 것이다. 하숙비로 3만5천원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빼면 3만원이 남았다. 교통비와 점심값을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미국과 일본 화폐의 환율이 워낙 높아서 남은 돈으로 원서를 사기는 어려웠다.

 홍 박사의 딸을 가르치는 보수로 나는 15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것은 내 회사 월급의 2배가 되었다. 한 번에 두 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이니까 아르바이트치고 괜찮은 대우였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가정교사라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지 실감하면서 그 보수가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맡은 일을 적당히 하면 되었지만 무슨 일이고 시작을 하면 완벽해지려는 나의 성격 때문에 고달팠다.

 홍 박사의 딸 용희는 무척 공부를 못했는데 나는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여학생은 처음 보았다.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물어보면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중에는 워낙 이상해서 아이큐가 얼마냐고 물으니까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세 자릿수라고 했다. 나는 두 자릿수인 줄로 알았다.

 『선생님은 내가 돌대가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그녀가 연필 끝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그리고 커다란 눈을 끔벅이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마주 보았다. 조금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내 시선은 그렇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인 데도 잘 먹어서 그런지 몸집이 나보다 더 커 보였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엉덩이며 앞가슴은 숨이 막힐 지경으로 풍만했다. 앞가슴이 풍만한 것은 계모 홍 박사와 비슷했다. 이 집은 우유를 많이 먹는가. 왜 그렇게 앞가슴들이 크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슴으로 시선이 가자 그녀는 블라우스 앞단추를 여몄다. 그런데 그것을 여미는 것이 아니고 위에 있는 단추 하나를 풀어놓는 것이다. 미쳤나, 얘가 왜 이러지.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아이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장난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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