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69)

 나는 무심결에 그녀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만졌다. 그녀는 당시에 유행하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앉으면 엉덩이가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그곳으로 시선 한 번 준 일이 없었는데, 그것은 다리를 쳐다보면 실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애써 시선을 피한 것이다. 그런데 그곳을 만져 달라고 하니 나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아무런 생각없이 만졌다. 그녀가 시켰기 때문이고, 보통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녀의 다리를 만지면서 흥분이 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감정이 식으면서 오히려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 배신감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어쩌면 그녀를 성녀화시켜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데 어디선지 쪽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아까부터 들렸지만 나는 물 흐르는 소리로 알고 이런 높은 곳에도 샘이 흐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어둠 속에서 청춘 남녀가 키스를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쪽쪽 하고 크게 들리자, 그제야 그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두 사람이 부둥켜 안고 입술을 빨고 있었다.

 어색함을 느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하자 그녀가 잡으면서 말했다.

 『아이, 씨이.』

 『왜요?』

 『키스해 줘요.』

 나는 너무나 놀라서 악 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러나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부둥켜 안고 키스를 했지만 조금 떨어진 어둠 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쪽쪽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지 그런 소리가 날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때는 이미 내 정신이 아니어서 멍한 기분이었다. 그 쪽쪽 소리는 세월이 흘러 여자를 다룰 줄 알면서 알았지만, 그것은 서로 빨 때 그 압축이 강해서 나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서로 입술을 대고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도 아는 체했지만 경험이 별로 없는지 몸을 떨면서 입술을 대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했다. 나는 그때 그녀와 키스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키스는커녕 여자를 포옹하는 일이라든지 손을 잡은 일까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경험이 있는 듯했고, 나이로 보아 많은 경험은 없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한두 번 경험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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