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품질결함에 의해 소비자들이 인적 및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경우 제조자에게 피해보상의 책임을 물리는 이른바 「제조물책임법(PL법:Prouduct Liability)」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재정경제부는 수 년간 도입시점을 놓고 논란을 벌여온 PL법을 조기 도입키로 하고 「소비자제품안전법」 시안을 마련, 최근 공청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입법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00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PL법이 제정되면 소비자의 권익보호가 크게 강화되는 것은 물론 국산제품의 품질 및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경부의 입법추진을 환영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제품사용에 따른 소비자들의 인적·물적 피해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각종 제품의 기능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피해발생의 원인이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탓인지를 입증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PL법 제정은 당연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세계 27개 국가에서 이미 PL법을 도입,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각종 제품에 이 PL법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PL법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PL법이 제정될 경우 그동안 싸구려로 인식돼온 한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방시대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동안 제조업체들이 준비를 해오지 않은 상황에서 PL법 제정을 서두르는 게 최선의 방법인지는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산업발전에 적지않은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물론 제조업체들이 PL법 도입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PL법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제품의 결함을 줄이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연결되며 결국에는 신기술 개발에 이용해 신제품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제품의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기업의 과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어 종전보다 피해보상 요구가 엄청나게 늘어날 게 분명하고 이것은 곧 상품가격에 전가돼 제품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IMF에 따른 경기부진 등을 내세워 PL법 도입을 다소 늦춰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정부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클레임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가 완비된 뒤까지 제도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외국 선진기업들이 PL법 도입 이전에 많은 준비기간을 거쳤다는 점을 인식, 몇 년이 적정할지 모르지만 유예기간에 기업들이 품질이나 안전성 향상에 전력을 다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PL법 도입으로 기업과 소비자간 논란이 예상되는 요소를 사전에 점검, 법 제정에 앞서 면밀한 검토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특히 법 시행과 동시에 기업과 소비자들의 마찰이 예상되는 손해배상액의 범위, 제조물의 면책사유, 제조자의 책임기한, 분쟁해결방법 등에 대한 정부의 준비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피해보상 남용을 막고 적정한 피해보상을 추진하며 특히 품질 및 제품의 안전성 문제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에 대해서는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구성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PL법 제정은 우리의 산업발전과 함께 소비자 권익을 한 단계 높인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취지는 살리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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