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

 『형이 여긴 웬 일이야?』

 『너야말로 여긴 웬 일이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왜 여기 나와 있냐?』

 우리는 서로에게 있어서는 안될 장소인 것 같이 말했다. 그러나 집 부근에 있는 그 언덕은 자주 산책을 나오는 곳이고, 우리들이 그곳에 있어서는 안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놀란 것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형과 연결시킬 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형의 뒤에 주뼛거리고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내 동생이야.』

 형은 뒤에 서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그제야 그녀는 앞으로 나섰는데, 조금 떨어진 보안등에 비쳐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지나치게 화장을 한 여자의 얼굴은 풀어져 있었고, 퍼머한 머리카락은 조금 전의 정사 때 쥐어뜯었는지 헝클어져 있었다. 머리를 가다듬을 틈이 없었는지 머리카락이 산만하고 단정하지 못했다. 짙게 화장한 얼굴이나 흩어진 머리카락 때문인지 천박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약간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자는 깔끔한 모습으로 떠오르는 은행의 여자 행원이듯이, 그녀들과 비교할 때 흐트러져 보여서 실망을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 행원이라고 해도 화장을 짙게 할 수 있고, 정사 후에는 머리카락이 흩어질 수 있겠지.

 『어머, 자기가 말하던 그 동생이야? 참 잘생겼네.』

 여자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못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자의 손은 차가웠다.

 『네가 여기있는 걸 보니 아버지가 주정을 하시고 있구나? 그렇지?』

 형은 사태를 짐작한다는 듯 뱉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도 없었지만, 여자 앞에서 집안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와 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여자의 표정도 방정맞은 느낌이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형의 여자에 대해 마음에 들면 어쩌고 안들면 어쩔 것인가.

 『이제 들어가 볼까 해. 형도 같이 들어가지 뭐.』

 여자는 한 팔로 형의 몸을 감으면서 바람 새는 소리로 말했다.

 『자기 오늘 집에 안 들어간다고 했잖아. 들어갈 거야?』

 형이 나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말했다.

 『조또 시팔, 야, 너 혼자 들어가. 여기서 날 보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내일 들어갈께. 무슨 말인지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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