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8)

 나는 아버지의 욕설을 듣기 싫어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을 걸어서 언덕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는 왜 내가 공사현장에 나가서 일하는 것을 싫어할까. 나는 그것이 아버지 나름으로 나에게 보내는 애정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공사판 노동자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행스럽게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은행에 취직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다. 언젠가 은행에 취직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항상 취해 있었지만, 취하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은 온화한 편이었다. 말이 별로 없고, 감정을 얼굴에 표출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표정에 기쁨이 번지는 것을 보고 나는 아버지가 나에게 거는 소박한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무엇이란 어머니가 나를 차별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도 그랬던 것이다. 「노가다판」에 가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주었을 것이고, 그것은 어머니와 나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분석을 하면서 모처럼 만난 아버지와의 불협화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언덕 위의 돌계단에 앉아서 나는 어둠에 묻히고 있는 포구를 바라보았다. 어선들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배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해안도로로 트럭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면서 지나갔다. 어둠 속에 묻혀선지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도시는 텅비어 있어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동안 앉아 있었다.

 언덕 옆의 숲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다투는 소리가 아니고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이었다. 뜻밖의 소리에 나는 그곳을 살펴보았다.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나무에 몸을 의지하고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투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나의 관점일 것이다. 그들이 서서 섹스를 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밤에 별놈들이 다 있군.

 나는 매우 불쾌해진 기분으로 그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호기심이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앉아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숲속의 한 쌍도 일을 마치는 눈치였다. 그들이 언덕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앞서 걷고 있는 사내가 나의 형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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