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형이 나가는 노가다에 나라고 나가지 말란 법이 있어요?』
『뭐가 어째 이 새끼.』
아버지는 방바닥을 살피면서 손으로 더듬었다. 재떨이를 찾아 나에게 던질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섰다. 전 같으면,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집어던질 눈치가 보이면 재빨리 달아났다. 아버지는 술에 취했을 때,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반드시 화풀이가 아닌 일상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어렸을 때 나는 아버지가 던진 물건에 이마를 맞아 피를 흘린 일이 있었다. 그 흉터는 지금도 남아 있지만. 술이 깨었을 때 아버지는 매우 당혹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당부를 했다.
『병신 같은 놈아. 내가 뭘 던지려고 하면 재빨리 피해라. 그냥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앞으로는 내가 던질 눈치가 보이면 피해야 한다.』
던지는 따위의 폭력을 중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아버지는 나에게 피하라고 했다. 그것은 아버지 자신이 취중일 때 일상화된 그 폭력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아버지는 변함없이 던지려고 한다. 그러나 방바닥에 던질 만한 물건이 없는지 아버지로부터 아무 것도 날아오지 않았다.
『서울에 취직이 되었다는 놈이 왜 노가다판에 나가냐, 개새끼야.』
던질 물건이 없자 아버지는 매우 초조한 어투로 소리쳤다.
『취직이 되었지만 입고 나갈 양복이 없잖아요. 아버지가 언제 제가 입을 양복을 사주었나요? 그러니 제 자신이 나가서 벌 수밖에.』
『쌍놈의 새끼야. 네가 나에게 양복 사달라고 하기나 했냐?』
『현장에 있는 술집 계집에게 목걸이를 사줄 돈은 있어도 아들 양복 사줄 돈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한껏 저항을 하였다.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반항이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버지가 밖으로 뛰어나왔다. 전 같으면 달아났지만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다가온 아버지가 나의 뺨을 후려쳤다.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는 폭력을 즐겨 사용했지만 직접 구타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취중 상태라고 하여도 나는 아버지에게 직접 구타를 당한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직접 구타를 행사하고 있으며,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로부터 뺨을 맞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첩질을 하며 계집에게 목걸이를 사준 일은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서 굶주렸던 나의 유년시절 기억이 가슴에 맺혔던 것이고, 아버지에게 있어서도 그 일이 아킬레스건이었는지 모른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4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