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5)

 공사장에서 일하던 첫날 밤에 나는 잠자면서 끙끙거리고 앓았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같이 쑤셔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다음날 아침에도 공사장으로 나갔다. 나는 그렇게 힘든 일을 처음으로 하였지만, 어떤 도전의식으로 버티었다. 이를테면, 이 정도를 이겨내지 못하면 서울로 올라가서 제대로 회사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노가다」라고 표현되는 공사장의 막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실감이 되었고, 어렴풋이나마 아버지와 형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거칠게 욕설을 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공사판에서 일한다고 하여도 아무나 욕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것이 일상화한 것도 아니었다. 공사판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말끝마다 욕설을 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는 달력의 날짜에다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서울로 올라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일이 힘들수록 어떤 목적의식을 강화하면 그것을 견디는 것이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공사장으로 나가 일하던 보름째 되던 날이었다.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서 대문을 들어서려고 하는데 안에서 고함소리가 울렸다. 그 고함소리는 한동안 듣지 못했던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쌍년아. 내가 어디 갔는지 몰라서 물어? 사업을 하다보면 밑질 때도 있고 흥할 때도 있디. 에라, 썩어질 년.』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마당으로 떨어졌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나의 발 밑에 밥상과 함께 밥그릇이 굴렀다. 아버지가 상을 들어 마당에 집어던진 것이다. 그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느낌과 아주 달랐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그 모습은 그대로 공포였지만, 지금은 어떤 분노가 첨가된 저항의식으로 나타났다. 나는 열린 문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어머니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내가 성큼 다가서면서 소리쳤다. 그 어감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저항의식이 다분히 깔려 있었다.

 『너 이 새끼, 노가다판에 나간다면서? 겨우 노가다판이야? 개새끼.』

 아버지가 아들에게 개새끼라고 하면 그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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