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으로 파놓은 수로 옆을 다듬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곳은 흙이라기보다 바위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곡괭이로 찍어도 그대로 튀어오를 뿐 깎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나는 파이지 않는 바위를 곡괭이로 찍어내었다. 더러는 돌이 쪼개지면서 파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곡괭이 끝에 바위가 찍히면서 그 파편이 얼굴에 튀어오르기도 하였다. 더러는 찍힌 돌가루가 눈에 들어와서 나는 한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눈두덩을 문질렀다.
한동안 곡괭이질을 하면 땀이 배어 옷이 끈적거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하던 중년 사내가 담배를 피워물고 다가와서 나에게 말했다.
『젊은이는 노가다에 나온 것이 처음인가?』
『예, 어떻게 아셨지요?』
『일하는 것을 보면 알아. 자네는 요령이 전혀 없어. 그렇게 계속해서 찍어대면 녹초가 되지. 곡괭이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중년의 사내는 공사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상을 풍겼다.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주름투성이 얼굴이며, 쭈글쭈글한 손등이 그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들고 있는 곡괭이를 받아들더니 그것을 천천히 추켜들었다.
『곡괭이를 드는데도 힘이 덜 들게 이렇게 하는 거야. 왼손은 곡괭이 자루 끝을 잡고, 오른손은 자루의 중간을 잡아. 그리고 이렇게 추켜들었을 때는 오른손마저 끝으로 내려오면서 그 무게를 타고 그대로 놓는 거야. 자네가 세 번 찍을 때 나는 한 번 찍지.』
『그러면 힘은 덜 들지만 일의 능률은 없잖아요?』
『힘이 덜 들면 되지 일의 능률을 따져서 무엇하나? 일의 능률이 생겼다고 해서 알아주는 줄 아나?』
『그래도 능률적이지 못한 것은 싫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그렇게 일하면 아무리 젊어도 며칠 견디지 못해.』
중년 사내는 담배를 피우면서 저편으로 걸어갔다. 그는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 관리하는 홍 십장이 다가오자 담뱃불을 끄고 일을 시작했다.
홍 십장은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힘들지 않나? 해볼 만한가?』
『힘들어도 견뎌야죠.』
『그래, 자네는 한 달 정도는 채울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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