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유로(Euro)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하나의 단일경제권으로 재탄생한다. 현재의 시나리오대로라면 EU는 내년 1월부터 참가국 통화와 유로간 환율을 고정시키고 오는 2001년 12월까지 문서상의 통화로 비현금거래에 유로를 사용할 수 있으며 2002년 1월부터는 EU 내에서 유로가 정식 법정통화로 사용된다. EU가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유럽단일시장의 완성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무역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동안 세계 기축통화로 활용됐던 달러화와 함께 유로화가 제2의 기축통화로 자리를 잡게 돼 EU국가들의 대외경쟁력 제고는 물론 세계무역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EU는 역내 산업을 보호하고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전략을 지속하기 위해 반덤핑조치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현지시장에서 EU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비례해 미국과 일본 기업 등의 경쟁력 약화가 수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단일시장의 형성으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EU 전지역에 가격이 평준화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제조업체들의 마진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국산 전자제품의 최대 수출시장이면서 최대 투자지역이기도 한 EU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국내 전자업체들에도 기존 수출이나 투자전략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내년부터 제품가격을 유로화와 현지국 통화 2개 통화로 표시해야 하고 수출계약 또한 구체적인 결제통화의 명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유로화 전환 과도기에 회계정보를 유로화 및 현지화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로화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 변경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단일시장 형성으로 기업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가격평준화에 따른 전반적인 가격전략의 재검토가 시급하다. 여기에 현지 생산법인의 매출 투명성이 높아져 EUM의 이전가격 조사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내 전자업체들 대부분이 그동안 EU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영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했지만 영국이 유럽단일통화권에 불참함으로써 EU지역에 대한 투자의 전면적인 조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영국이 유럽단일통화권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유럽내 영국의 위상 저하는 물론 EU 차원의 정책결정시 주도권 상실이 불가피해 영국에 대단위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로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전자업체들은 EU시장을 고수하기 위해 그동안의 투자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EU 역내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럽단일통화권의 형성은 이같은 부정적인 요인만큼 국내 전자업체들에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단일시장의 구축으로 역내 교역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의 촉진에 따른 시장규모 및 고용확대가 예상돼 이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커다란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전자업체들은 현재 내수침체의 장기화와 해외수출 부진 등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 어떤 난관도 돌파해 나가야 하는 매우 절박한 형편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최대 수출시장인 EU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EU시장의 변화를 주시해 오는 2002년 유로가 본격적으로 통용되기에 앞서 EU권역 내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단일시장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통합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들을 시급히 마련,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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