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

 빨간색 운동모를 쓴 우체부 아저씨가 대문을 흔들었다.

 』최영준씨-.【

 마당 한쪽에 있는 쓰레기를 쓸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가 소리쳤다.

 판자로 된 대문이 오래되고 낡아서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우체부는 그 사이로 나를 들여다보면서, 사무적이고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도장 가져와. 등기요.【

 그의 어투는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싫어하는가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이 짜증스러웠다. 그는 항상 빨간 모자를 쓰고 다녔다. 아직 여름이 되려면 한동안 더 있어야 했지만, 그는 여름철에나 씀직해 보이는 운동모를 썼다. 그렇게 철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모자를 쓰고 집 앞 골목을 지나치는 것을 보면, 왜 빨간 운동모를 쓰고 다니는지 궁금했다. 그것은 아주 하찮은 일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우편 배달부의 빨간 모자는 오래 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내 책상 서랍을 열고 도장을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에 취직시험을 보려고 새 목도장을 파놓은 것이 있었다. 은행시험에는 떨어졌지만, 그 도장은 마음에 들었다. 한자보다 한글로 파는 것이 수공료가 더 싸다는 이유로 한글이름을 새겼지만, 아주 독특한 필체였다. 이름의 획을 이리 저리 틀어서 아주 묘한 서체로 파놓아 처음에는 읽기조차 힘들었다.

 』너한테 온 등기 편지니?【

 안방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예.【

 』은행에서 왔는가 보다? 등기로 온 것을 보니 합격 통지서가 아닐까?【

 나는 시험에 떨어지고도 어머니에게 그 말을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의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에요. 아닐 거예요.【

 그러면서도 나 역시 은행에서 온 합격 통지서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했다. 이미 불합격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합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장을 가지고 대문으로 가면서 나의 가슴이 떨렸다. 나에게 등기 편지가 올 곳이 없다는 생각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우체부 아저씨에게 도장을 내밀고 그가 들고 있는 편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안의 내용을 보기 이전에 발신인 주소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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