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정품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올바른 인식제고 및 정품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글」사태를 계기로 확산되고 있다.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등 국내 대표적인 13개 SW 개발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SW 벤처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달 말부터 「우리SW살리기 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 협의회는 앞으로 국내 SW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품SW 사용을 호소하는 대정부 및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품사용 촉진을 위한 가두캠페인 및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같은 정품사용 확산운동은 침체된 국내 SW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SW관련업체들이 처음으로 힘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이런 국산 정품SW 사용운동이 워드프로세서 「한글」살리기운동으로 높아진 국산 SW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동안 우리는 본란에서 만연되고 있는 SW 불법복제 현상이 결국 우리나라 SW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몰락과 파국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각적인 대책을 촉구한 바 있지만 특히 최근의 「한글」사태는 SW의 불법복제가 우리나라 SW산업 전체에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다 주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의 자존심으로까지 불리던 「한글」이 국내 시장에서조차 설땅을 잃고 밀려날 뻔했던 「한글」사태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또는 무심결에 저질러온 불법복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W기업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불법복제라는 행위 자체보다도 불법복제를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이제는 관공서, 기업체, 컴퓨터판매처, 학교, 가정 등 모든 컴퓨터 사용자들이나 거래 당사자들이 불법복제 근절을 하나의 문화시민운동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SW의 불법복제 가격이 아무리 싸고 당국의 불법복제 단속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정품사용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불법복제는 근절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경험을 확인했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매년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불법복제 SW를 단속해 왔으나 정품 SW 사용을 늘려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대다수 국내 사용자들과 전문가들은 정품구입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단속일변도의 정책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물론 사용자들도 SW에 대한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사용자들의 정품 SW사용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국산 SW살리기는 공허한 메아리이며 한국의 실리콘밸리 건설이라는 꿈은 무망할 뿐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SW를 제값을 주고 구입하고 또 SW회사는 더 좋은 제품개발에 힘쓰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우리 SW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글사태를 계기로 취약한 국내 SW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 요즘이다. 비록 한글은 되살아났지만 시장지배력을 가진 SW조차 살아남기에 급급한 SW산업 환경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제2, 제3의 한글사태는 잇따라 터질 것이 확실하다.
고질병이 된 왜곡된 국내 SW산업구조를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그 해답은 SW 정품사용을 문화로 정착시켜 확산시켜 나가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품사용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을 자연스럽게 확산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국내 SW산업의 최전방에서 생사를 걸고 묵묵히 개발에만 열중해 온 중소 SW개발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들 SW업체까지 불법복제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내 SW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시기에 중소 SW개발사들이 모여 정품 SW사용 운동을 통해 우리 SW를 살리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은 「우리SW살리기운동」을 불법복제를 없애자는 단순한 호소성 캠페인을 넘어 「정품SW를 사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이익」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문화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SW업계의 공동 활동으로 계속 확대되고 참여폭도 크게 늘어나 국내 SW산업의 새로운 풍토를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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