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Y2k해결" 더이상 시간이 없다

컴퓨터 2000년(Y2k)문제의 심각성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Y2k문제 해결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막대한 소요예산 및 인력부족으로 인해 아직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최근 국내 전 산업의 주요 업종 3천여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Y2k 대응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정부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산업부문의 Y2k문제 해결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무려 49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은 Y2K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방대한 사업인가를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의 약 98%가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내에 전담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응답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일단 다행스럽고 바람직스런 현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조사대상 기업 중 Y2k문제 해결과 관련, 소요경비를 실제 예산에 반영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의 33.5%에 불과했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 기업들이 Y2k문제에 대해 무방비상태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문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Y2k문제 해결의지가 미약하고 인식이 저조하다는 것은 결국 Y2k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웅변으로 나타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범정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방안마련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밑바침이 안되는 대책이란 별 소용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보통신부가 그간 정부 부처별로 혹은 주요 기관별로 수행해 오던 Y2k문제에 대한 부처별 책임소재와 역할, 은행의 대출연계 방안, 비상대책 의무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2000년 문제의 대응에 관한 대통령령」을 제정키로 한 것도 그만큼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막한 사정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되는 대통령령에도 명시됐듯이 Y2k문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지 불이익을 줘야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제는 구호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기는 지났다. 실질적인 예산을 편성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상호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경쟁업체들을 포함한 정부와 민간부문의 총체적 기술정보 및 경험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민간부문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종업체간, 산업간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공동 해결방안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정보시스템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비정보시스템 분야에 대한 Y2k문제도 정보시스템 못지않게 신경을 써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비정보시스템 분야는 자동화설비, 항공기, 의료기기, 로봇, 자동차, VCR, 카메라, 통신장비 등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하고 독자적으로 운용되는 시스템으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들 시스템이 약 2백50억개가 보급돼 있는데 이 가운데 약 0.2%인 5천만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비정보시스템 분야의 문제는 발생 분야가 광범위하고 대상 시스템이 다양할 뿐 아니라 문제발생 여부의 예측이 곤란한 것이 특징이다. 또 설비보유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마이크로프로세서 납품업체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등 설비 및 시스템 교체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Y2k 전문인력도 태부족으로 앞으로 전 산업계가 일시에 Y2k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설혹 예산이 반여됐다 해도 인력이 뒷바침 안돼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책임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진흥협회는 Y2k문제 해결에 소요될 연인원 72만여명 가운데 외주처리 인력은 7만6천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현재 타업종 및 개인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인력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구호성 대책이 대부분으로 이대로 가다간 시기를 놓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과 대형 기간산업 부문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 「밀레니엄 버그」는 단순히 컴퓨터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제작되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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